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눈치좀 보면서 삽시다.

김형기 증권부장

[데스크칼럼] 눈치좀 보면서 삽시다. 김형기 증권부장 김형기 증권부장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맘먹은 대로 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그곳은 웃음이 만발한 천국일까, 아비규환 지옥의 한 귀퉁이일까.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를 통해 단편적으로 드러난 공기업 운영 방식 등을 살펴보면 ‘한국 속의 또 다른 한국’이 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도 이들 공기업의 최근 3년간 임금인상률은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과감하다. 이러저러한 명목의 혜택이나 부수적 수입원이 제공되는 모습도 대단하다. 실제로 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을 관리하기 시작한 후 사내 복지기금을 이전보다 42배나 늘렸다. 또 부산교통공단은 833억원의 운영적자를 안고도 최근 3년간 임직원 276명을 유람성 해외출장을 보냈다. 공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배 아픈 현실이지만 공기업 임직원들에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 고맙고 믿음직한 조직일 것이다. 눈만 질끈 감고 귀만 꽉 틀어막는다면 말이다. ◇앞으론 ‘공기업’이라고 부르지 말자 국가 외환위기 당시 사회 각 곳에선 동시다발로 ‘모럴해저드(도덕 불감증)’ 현상이 발생했었다. 지금은 기억에서 가물거리지만 모 금융기관은 회사가 부실덩어리라는 것이 밝혀져 파산으로 치닫자 임직원들이 막바지엔 고객들이 맡겨놓았던 돈(예탁금)을 퇴직금 또는 위로금 명목으로 챙겨갔었다. 당시 임직원들에게 강탈당했던 고객들의 돈은 정부가 대신 보장해줬다. 이 때문에 해당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겐 사회 각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으며 일부 직원들은 ‘그 회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새 직장을 얻는 데 무척 고생을 했었다. 지금 공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당시 국민의 손가락질을 당했던 ‘그 회사 임직원들’은 너무 억울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다며 혀를 내두를 것이다. 이번 국감 결과 한국도로공사는 203곳에 달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및 휴게소 편의시설 운영권을 모두 퇴직 임직원들에게 수의계약 형태로 불하해줬다. 현직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악착같이 제 식구를 챙겨줬다는 의미다. 사실 공기업 비리나 모럴해저드 현황을 하나하나 캐물을 필요도 없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밥 안 먹고 잠 안 자는 사람’이 있을 리 없듯 여타 공기업에서도 비슷한 강도의 ‘내 식구 챙겨주기’ ‘국민 돈 당겨 쓰기’ ‘공공재산 사용화하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눈치 좀 보면서 삽시다 나름대로 국민의 세금을 축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 공기업 또는 공기업 임직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의 과정과 결과가 너무 억울할지 모른다. 임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 및 임금인상분 소급분으로 30억여원을 지급했던 자산관리공사의 경우는 ‘내부 임직원의 임금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퇴직 임직원들에게 외주영업소 전부를 넘겨준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관리라는 업무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최근 만났던 택시기사, 학교교사, 일반 직장인, 호프집 아저씨 등 상당수 국민들은 지금 공기업을 심하게 말해서 나랏돈(국가재산)을 관리하라고 맡겼더니 제 잇속 챙기기에 정신 없는 ‘도적집단’쯤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국가가 보장한 독점력이 도적심보만 키워주고 있다”고 질타한다. 무턱대고 욕먹기 싫다면 가끔 주변이웃도 둘러보고 눈치도 좀 살피며 살자. kkim@sed.co.kr 입력시간 : 2004-10-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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