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위안화 절상과 세계경제

손성원 LA 한미은행장

중국이 위안화를 소폭 절상한 지 열흘가량 지났다. 필자는 위안화 절상 발표 이후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얻은 추가정보에 근거해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핵심 질문을 다시 제기해보는 것은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중국은 왜 이 시점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을 결정했나. 일차적인 이유는 정치적이다. 미국 의회는 대중 교역에 따른 무역적자에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기업들로부터 쏟아지는 불만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수출품을 제한하기 위한 많은 법률안들이 준비돼왔고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통해 상징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이들 법률안은 통과됐을 것이다. 분명 미국은 중국의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위안화가 달러 대비 40~50% 절상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워싱턴의 이런 기대는 위안화가 최소 15% 절상돼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내부의 문제도 작용했다. 정부는 과열 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특히 투자 부문에서 그랬다. 정부 관계자들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직접 통제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며 시장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에는 변동 환율제와 금리 등의 요인들이 포함된다. 시장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절차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워싱턴이 바라는 만큼 그렇게 빨리 위안화를 절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수출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 원천이라고 믿고 있다. 가파른 위안화 절상은 고용시장 성장을 방해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전역에 걸쳐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공산당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불안을 통제하고자 한다. 특히 수출업종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이 보장되는 분야다. 이런 점을 감안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은 지속될 것이다. 그럼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절상 폭이 매우 좁아 글로벌 경제에 당장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인건비가 매우 낮아 2% 절상만으로는 글로벌 마켓에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그러나 위안화가 가까운 미래에 15%까지 지속적으로 절상된다면 상황은 다르다. 이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늘어 대중 수출이 증가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베트남과 방글라데시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이 가져오는 또 하나의 긍정적인 효과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의 보호주의 압력이 완화된다는 점이다. 전세계에 걸쳐 보호주의가 완화될 경우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위안화 절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위안화 절상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은 워낙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은 중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을 싸게 만들기 때문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고가 제품들의 경우 중국에서 보다 많이 팔리게 될 것이다. 위안화 절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금융시장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무역 등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달러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민은행은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풀려 있는 달러를 사들였고 이 달러는 대부분 미 국채에 투자, 결과적으로 미국의 금리를 낮췄다. 이것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수수께끼라고 불렀던 것의 주요 원인이었다. 위안화 평가절상이 중국의 무역흑자를 줄이게 되면 미 국채 매입에 사용되는 달러의 양도 줄게 되고 이는 채권 수익률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위안화 추가절상을 노리고 투기자본이 계속해서 중국으로 유입될 경우 중국의 미 국채 매입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 채권 수익률 향방은 미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 경제가 그동안 단기 금리인상과 유가상승 등의 불안 요인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은 채권 수익률과 모기지 금리가 낮게 유지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외국 중앙 은행들의 달러 매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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