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전한 「미스터리 10」/한보수사 안풀리는 의혹들

◎홍 의원 혼자 어떻게 3조 대출을?/뇌물수수 시점­대출은 94∼95년, 주고받기는 거의 96년 집중/비자금 규모·사용처­업계 관계자들 “고작 2,136억원뿐인가” 의아/정보근씨 혐의없나­‘한보 커넥션 2인자’의 로비 상대는 못 밝혀내/대권주자 연루설­‘소문’애써 외면… 수사범위 축소 비난만 무성/①대출외압의 몸체는/②뇌물수수 시점/③비자금 규모·사용처/④정보근씨 혐의없나/⑤대권주자 연루설/⑥관계는 결백한가/⑦그룹 철저 수사했나/⑧석방된 은행장들/⑨법적용 형평성/⑩왜 부도냈나◇대출외압 몸체는 검찰 발표에 따르면 홍인길, 황병태 의원만이 은행들에 한보 철강 대출압력을 행사했다. 홍의원은 뇌물 10억원을 받고 산업은행, 제일은행, 외환은행에 시설자금대출을 부탁했고 황의원은 지난해 10월 뇌물 2억원을 받고 산업은행에 5백억원의 지급보증을 부탁했다는게 검찰 발표내용이다. 검찰은 특히 대출외압의 최고 막후세력으로 홍의원을 내세웠다. 홍의원의 경우 청와대총무수석비서관시절인 95년 1월에 2억원의 뇌물을 받고 한차례 대출 압력을 넣었고 나머지 네차례 대출압력은 국회의원 당선후에 행사한 것으로 되어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 가신이라지만 홍의원의 실력(?)으로 3조원이상의 은행대출이 이뤄졌다는 검찰 발표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홍의원은 또 스스로를 「바람에 나부끼는 깃털」에 빗대면서 구속될때까지 줄곧 『내가 희생양이 돼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야당측은 「몸체」로 김현철씨를 지목, 법정공방을 예비한채 곧 검찰조사가 예정돼 있으나 결과는 기대수준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뇌물수수 시점 이번에 구속된 정치인과 은행장들의 기소내용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 발견되는데 뇌물이 오간 시점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홍인길 의원에게 95년1월에 한차례 대출청탁용 뇌물을 준 것을 제외하곤 정태수씨가 정치인과 은행장에게 대출용 뇌물을 준 시점은 모두 96년이다. 그러나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은 94년 하반기부터 95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대출 외압에 대한 의혹도 이 부분에 대한 것이다. 막상 96년에는 은행들이 한보철강에 이미 물린 돈이 많아 고민하면서 부도낼 수 없어서 추가 대출이 이뤄진 부분도 적지 않다는게 금융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96년에 오간 뇌물은 정태수 커넥션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검찰은 이 부분만 부각시킨채 수사를 종결했다. ◇비자금 규모·사용 한보커넥션의 실체 파악에 필수적인 비자금의 규모 및 사용처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검찰은 한보철강이 5조5백59억원을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조성했고 정씨가 이중 2천1백36억원을 유용했다고 발표했다. 유용자금은 ▲계열사 및 위장계열사 신설과 인수 4백37억원 ▲해외진출경비 55억원 ▲임직원 영업활동 지원비 2백74억원 ▲정씨 일가의 전환사채 인수비용 8백20억원 ▲개인 세금납부 1백51억원 ▲정씨 전처 이혼위자료 40억원 ▲부동산 구입 78억원 등에 쓰였고 나머지 2백50억원의 용처는 불명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자금 규모가 2천1백36억원에 불과하다는 검찰 발표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또 영업활동 지원비로 쓰인 2백74억원의 구체적인 용도 등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유용자금 규모및 사용처에 대해서는 정씨의 진술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정보근씨 혐의는 정보근 한보그룹회장은 수사중반 이틀간 조사받는데 그쳤다. 지난 91년 수서사건이후 정총회장이 전면에 나서기 힘들게 되자 이때부터 정회장이 전면에 나서 로비활동을 전개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회장은 동국대와 고려대 학맥등을 동원, 정계 및 관계와 빈번한 접촉을 가졌고 야당측은 김현철씨와의 접촉창구가 정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석채 청와대경제수석, 박재윤 전통상산업부장관 등을 만난 것도 정회장이었고 경제부처 모국장은 정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 착수 2주일을 넘긴 지난 10일에야 정회장을 소환, 이틀간 조사한뒤 돌려보냈다. 『현철씨와의 관련 여부를 포함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한보커넥션의 2인자인 정회장의 역할과 로비 상대방등에 대한 궁금증조차 없었던 실정이다. ◇대권주자 연루설 야권은 『신한국당 민주계 대선 주자들이 한보와 관련해 거액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주자 연루설은 한보사건 초기부터 나돌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일축하고 『광범위하게 내사했으나 관련혐의가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 부분을 진지하게 수사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덕룡 의원이 선거자금 5천만원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고 김의원은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면서 음모설까지 제기했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정태수 커넥션이 여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검찰은 애써 이를 외면하고 수사범위를 축소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관계는 결백한가 관계에 대한 수사는 변죽만 울린채 끝났다. 한보사건으로 구속된 관계 인사는 김우석 전내무부장관뿐이다. 그러나 김 전장관도 엄밀히 따지면 정치인 축에 낀다. 김 전장관의 구속사유도 엉뚱하게 당진제철소 주변도로의 조기 건설, 각종 공사 수주 등의 청탁용으로 2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다. 「곁가지도 아닌 잎새 하나 털어낸 것에 불과하다」는게 검찰 주변의 평가다. 검찰은 또 박 전통산부장관, 한리헌 전청와대경제수석, 이경제수석, 윤진식 청와대경제비서관등과 재경원, 통산부, 해양수산부, 은행감독원 실무자들을 불러 압력을 행사했거나 특혜를 준 사실이 있는지 조사했으나 아무런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이 조사한 결과는 당진제철소 부지조성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과정, 코렉스공법 도입과정등에 대해 건설교통부와 통상산업부가 그동안 해명해온 내용을 반복하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해 봄부터 한보의 자금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작년말에는 경제수석실이 직접 나서서 한보의 부도를 막도록 금융기관에 지시했고 1월23일의 한보 부도에 청와대 경제비서실이 깊숙이 간여한 사실등에 대한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관계자 수사정도 한보그룹 자금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한보그룹 재정본부 관계자들이 대부분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피할때까지 모른채 하고 있었고 정씨의 개인자금을 다룬 것으로 알려진 정분순씨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수서사건때도 정씨의 개인자금 담당자였던 천모씨를 검찰은 소재파악조차 하지 않았었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검찰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석방된 은행장은 검찰은 신광식 제일, 우찬목 조흥은행장과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만이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금융계는 그러나 한보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형구 전 산업은행총재가 대검 중수부를 유유히 걸어나올 수 있었던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항간에는 한보철강 거액대출의 첫 단추를 꿴 이 전총재가 기소되지 않은 것은 이씨가 검찰이 감당하기 힘든 내용까지 술술 불어버렸기 때문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실세와 가깝다는 소문이 파다한 장명선 외환은행장이 사법처리대상에서 제외된데 대해서도 금융계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실정이다. 또 검찰 발표에 따르면 홍의원은 산업, 제일, 외환은행에 대출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우조흥은행장은 외압도 없는데 혼자서 4억원의 뇌물을 받고 대출했다는 얘기다. 조흥은행 실무자들은 우행장이 한보철강 추가대출에 가장 강력히 반대했었다고 전하고 있다. ◇형평잃은 법적용 검찰은 한보사건 주범으로 지목한 홍, 황의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한 법정형량은 징역 5년이하. 반면 종범격인 권로갑의원과 잎새격인 김 전내무장관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죄로 기소했다. 법정형량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이상인 무거운 혐의다. 법조계는 홍, 황의원에 대해서도 뇌물죄를 적용하는게 맞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 부도냈나 「일부 대출압력이 있기도 했지만 앞으로 한보철강이 포철과 같은 기간산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은행들이 거액을 대출해줬으나 건설비 부담 가중, 철강경기 부진 등으로 지난해 6월이후 한보철강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제2금융권에서 일제히 여신회수에 나서 어음결제가 어려운 상태였다. 채권은행들은 이 상황에서 정씨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게 불가능하다고 판단, 3자인수를 위해 정씨에게 경영권 포기를 종용했으나 이를 거절, 1월23일 부도처리했다.」 한보철강 부도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다. 그동안 재경원에서 주장해온 내용과 단어 하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보철강 부도이후 당진제철소 완공을 위해 정부 및 금융기관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부도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제일은행 등 관련은행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대체 한보철강을 부도낸 실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이세정·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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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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