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또 다른 괴담

나훈아 괴담에 이은 또 다른 괴담 하나. 바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다.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송 관련 정책ㆍ진흥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몰아준 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것. 방통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면 굳이 방송 정책ㆍ진흥권을 정부 부처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그냥 지나칠 일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을 지명하는 위원 선임 방식에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총 5명의 위원 가운데 정부 측 2명에, 국회 몫 중 여당 인사를 더하면 최대 4명까지 정부ㆍ여당 인사 임명이 가능하다. 29일 열린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방통위는 방송ㆍ통신 관련 인허가 업무, 각종 정책 수립, 기금 운용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만큼 산업적 측면에서나 문화의 다양성 유지, 공영방송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그래서 한쪽 인사로만 위원이 채워지는 것은 공정성의 문제, 특히 방송의 공영성과 독립성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효율적인 진흥 정책과, 통신 분야의 빠른 행정처리를 위해서는 이러한 위원 구성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개별 위원들의 견해와 입장을 사안마다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지금 방통위는 방송위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고 한다. 합의제 위원회의 비효율, 밀실행정 등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다. 그러나 방통위원들의 투명한 활동 공개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방송위의 단점이 확대ㆍ재생산될 수 있다. 4명 혹은 3명의 정부ㆍ여당 측 인사들이 비공개를 전제로 방송ㆍ통신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방송ㆍ통신 분야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방송ㆍ통신 정책을 관할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사안별로 위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기구의 성격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다. 방통위에도 위원들이 정책을 책임지고 운영할 환경이 필요하다. 국회 방통특위 위원들이 나설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