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수학노트] 완치가 안되는 병

이상택(안양병원 이사장)환갑 무렵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소위 지병이란 걸 지니게 된다.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통증을 동반하거나 속이 거북하는 등 치료가 안돼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혹덩어리다. 대체로 죽을 때까지 떨쳐버리지 못한다. 매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녀보기도 하나 그렇다고 특효약이나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저 증상을 가볍게 하는 약을 쓰는 정도에 그친다. 지병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만성질환이나 성인병에는 대증요법 밖에 없다. 아직까지 근본치료가 안되는 것도 많다.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어떤 치료를 해도 원상으로 돌이키지는 못하는 것이 현대의학의 한계이기도 하다. 곧잘 인용되는 얘기지만 마라톤은 달리는 능력의 경쟁이 아니라 피로를 회복시키는 능력을 겨루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완주할 에너지를 미리 체내에 비축해 둘 수는 없다. 달려가면서 체내의 단백질이나 지방을 연소시켜서 에너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때 동시에 젖산 등의 노폐물이나 피로물질이 발생한다. 그것이 축적되면 근육경련이 일어나는 수가 있고 피로골절이 생겨 운동을 계속할 수 없어지기도 한다. 마라톤 도중에 기권하는 선수가 곧잘 생긴다. 자신의 피로회복 능력을 넘어선 과다 페이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즉 레이스 과정에서 오버 페이스뿐 아니라 연습과다로 인한 급성증상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피로물질이나 노폐물을 얼마나 빨리 분해하고 배설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 능력의 차이는 큰 데 훈련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나이가 들면 피로회복 능력도 떨어진다. 달리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같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도 젊은이와 같다. 그러나 피로의 축적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피로가 빨리 쌓여 실없이 쓰러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피로의 회복능력은 훈련으로도 잘 향상되지 않는다. 성인병이나 노인성 만성병도 회복능력의 쇠퇴현상이다. 말하자면 노화현상이므로 제 아무리 훌륭한 명의를 만나도 완치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갖게 된 병은 일종의 기능결함이므로, 인공장기 등으로 보강할 수밖에 없다. 틀니나 돋보기가 좋은 예로 아무리 치료를 받아더라 원상으로 돌이키지는 못한다. 그저 증상의 악화와 합병증을 막는 정도다. 그걸 완치시키려 하니까 의료비만 낭비하게 된다. 지병은 「부양가족」같은 것이다. 때문에 죽을 때까지 어떻게 잘 사귀고 다스리느냐가 인생의 지혜다. 입력시간 2000/04/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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