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日 기업 '열도 엑소더스' 가시화 하나

산토리 맥주, 韓·中에 대체생산 공장설립 검토<br>전력난·재료조달 어려워 해외이전 고민<br>부품·소재 등 타 분야로 확대될지 주목

일본 맥주회사 산토리가 한국 혹은 중국에서 대체생산을 위한 공장설립을 검토한다. 이에 따라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열도탈출 및 한국이전이 가시화할지 주목된다. 8일 외신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등에 따르면 사지 노부타다 산토리 사장은 "주력 브랜드의 생산량 확보를 위해 한국ㆍ중국 등 해외 기업을 포함해 대체생산을 위한 공장설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토리는 맥주회사로는 유일하게 일 동북지방에 공장이 없어 직접적인 지진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원재료와 패키지 조달이 어려워 지난달 맥주 공급에 애로를 겪었다. 특히 이 회사가 대체생산을 고민하게 된 것은 전력난 때문.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전력난으로 지역별로 교대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계획정전'을 실시했다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6월부터 하계 전력 피크로 일본 기업들이 다시 전력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맥주의 경우 계획정전을 하게 되면 발효와 숙성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전일은 사실상 조업이 불가능해 보관 맥주를 용기에 포장하는 작업 정도만 가능하다. 따라서 맥주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여름에 계획정전을 하게 된다면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 사지 사장도 "전력이 중단되면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교토 공장이나 한국ㆍ중국 등에서 대체 생산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동일본 대지진과 전력난에 따른 공장이전이 부품소재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 액정 관련업체들의 경우 복구를 서두르는 한편 대체생산, 해외생산 위탁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업전문가는 "일본의 사업재편 움직임을 잘 포착해 한국의 대체생산 가능성이나 협력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난에 안전한 기업·공장 부지를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이미 '일본 기업 모시기'에 나섰다. 대구시는 최근 지역 산업별 실무담당자들을 불러 일본 기업 유치 대책회의를 가졌다. 대구시는 산업별 조합이 가진 일본 내 네트워크를 이용해 기업유치를 추진하고 이달 중 일본기업투자유치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히타치·미쓰비시·야스카와 등 일본 로봇부품·반도체장비 생산업체를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열었고 일본기업투자유치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포항(33만㎡), 구미(30만㎡)에 조성한 외국인 부품소재전용공단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일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를 입은 제조업의 60% 이상이 생산을 재개했고 다른 기업들도 여름까지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소재ㆍ가공업종 기업의 80% 이상이 거래처 피해로 원재료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재기업의 88%, 가공기업의 82%가 1차 조달처 피해를, 소재기업의 42%와 가공기업의 90%가 2차 조달처 피해를 당했다. 특히 계획정전의 영향으로 가공기업의 50%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지진피해로 부품소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많아 부품소재 조달 분산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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