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정부, 시장의 힘 인정해야

정부와 시장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증권시장에는 ‘정부와 맞서지 마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수급에 맞설 재료는 없다’는 격언도 있다. 결국 정부가 이길 수도 있고, 시장이 이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버블 논쟁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평균 소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어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인 반면, 다른 한쪽은 시간적, 지역적으로 수급이 불균형해 얼마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서울 강남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값이다. 정부는 그동안 10ㆍ29니, 8ㆍ31이니, 3ㆍ30이니 하는 특단의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투기 지역 지정이니, 종합부동산세 신설이니, 실거래가 과세니 하는 정부 정책들이 다 무용지물이다. 물론 정부는 이들 정책들이 곧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 가격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이들 지역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preference)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뭔가가 있다는 말이다. 혹자는 그것을 교육 여건이니, 교통이니, 쾌적한 주거 환경이니 나름대로 분석을 한다. 정부는 대체도시 건설과 온갖 세금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꼭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이들 지역을 대체하는 새로운 주거지를 무한정 건설할 수는 없을 것이며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시장경제체제를 포기하고 사회주의체제를 선택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시장에 대해 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아니, 시장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시장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현대 경제학자(Monetarist)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치ㆍ사회적인면에서는 그토록 관용(tolerence)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정권이 경제 분야에서는 이처럼 일방적인 획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결 자세가 정권의 오만이나 오기로 비쳐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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