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 親서방 외교정책 가속

테러 응징 군사협력ㆍEU와 월례 안보회의 "오늘(3일)은 러시아의 대미ㆍ대유럽연합(EU) 안보관계에 있어 극적인 전환을 기록한 날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도자들과 연속 회동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외교정책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러시아는 이날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의 NATO 가입에 대한 반대입장을 재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EU 안보책임자들과 월례 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친서방 외교정책을 펼 것임을 명확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조만간 정상회담을 갖고 테러전쟁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또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공화국들이 미국에 군사지원을 하는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데다 사상 최초의 미군 비행기의 영공통과, 군시기밀 제공 등 군사협력 방침까지 천명하고 있다. CNN,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은 러시아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가 친서방정책을 통해 정치ㆍ군사ㆍ경제 등에서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일제히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외교정책의 비중을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저울질해온 러시아가 이번에는 확실한 유럽중시로 돌아섬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으로 러시아는 미국 및 EU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러시아 안보의 최대 위협세력으로 간주해온 NATO 군사ㆍ안보 지도자들과 정례적으로 회동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과의 채널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NATO가 군사조직에서 정치기구로 성격을 변모하는 것을 발트3국의 가입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테러전쟁을 계기로 NATO의 군사위협을 제거하려는 러시아의 계산으로 풀이된다. 푸틴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 가이 베르호프스타트 EU 의장 겸 벨기에 총리, 로마노 프로디 유럽위원회(EC) 의장,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안보위원회 의장 등 유럽의 주요 지도자가 모두 참석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베르호프스타트 총리는 테러와 싸우기 위해 "공동행동이 필요하다"며 양측 안보협력은 월례회의 형태로 '구조화된 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혀 EU와 러시아가 긴밀히 협력할 방침임을 명확히 했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수입의 상당부분을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EU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 수입분을 늘리고 시베리아 유전개발에 적극 참여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의 기관차인 석유수출이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한데다 물량도 크게 늘어남에 따라 푸틴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욱 확대된 셈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고 평가, 러시아의 대서방 밀월외교는 한층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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