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8월 18일] 통신사업자의 '자기 파괴'

다국적기업의 컨설턴트로 유명한 로버트 토마스코는 저서 '거대기업의 종말'을 통해 '성장은 확대가 아닌 전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장이 완만해지는 성숙기에 기업들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전진'대신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수익만을 '확대'하고픈 강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 결과 기업은 성장동력을 잃어버리는 동시에 시장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자기파괴적 행위를 한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필자는 최근 우리 통신사업자들의 행보에서 토마스코의 이런 지적이 너무 잘 들어맞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올 들어 KT의 '쿡TV-스카이라이프(QTS)' 가입자 확대 기세가 괄목할 만하다. 주문자비디오(VOD) 기반의 프리 IPTV(Pre-IPTV)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QTS는 상반기 동안만 30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지지부진하기만 했던 QTS 가입자 수가 반등한 시점이 올 4월 QTS를 포함한 저가 결합상품인 '쿡셋퉁' 출시 직후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이는 결국 QTS의 성공이 '전진'이라기보다는 출혈경쟁에 기반한 '확대'였음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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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QTS는 당초 실시간 인터넷TV(IPTV) 제공을 위한 망 광대역화에 대한 투자를 회피한 채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의 실시간 방송을 배타적으로 수급해 손쉽게 점유율을 확대하는 서비스 퇴행의 전형이기도 하다.

한편 SK텔레콤은 최근 이동전화 5회선 이상 결합시 IPTV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토록 우려돼온 '통신시장 방어를 위한 방송 끼워 팔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이런 행태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채널사업자(PP) 같은 중소업체에 폐해를 고스란히 전가함으로써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사례는 현재 국내 시장을 양분하는 KT와 SK텔레콤 모두 '지배력을 이용한 점유율 확대'라는 위험한 유혹에 빠져든 징후로 결국 기득권에 안주한 채 기존의 지배력만 확대하려는 퇴행적인 자기파괴에 다름 아니다.

현 상태에 안주하려는 삶은 그저 죽지 않은 상태에 불과하다. 이러한 자기파괴가 끝내 국내 방송통신 산업 전체를 성장의 생명력은 사라진, 거대기업 몇 곳만 가쁜 숨결을 이어가는 스산한 풍경으로 이끌게 될까 두려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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