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씨티은행 노조 단계 파업 결의

지점 3분의1 폐쇄 결정에 반발

조정 결렬땐 3일부터 돌입

사측 대체인력 투입 등 검토

지점의 3분의1에 달하는 56개의 지점을 폐쇄하기로 한 한국씨티은행의 결정에 노조가 단계적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은행 파업은 지난 2011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이후 처음이다. 씨티은행에서는 2004년 씨티그룹이 현재 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을 흡수하는 데 반대하는 파업이 벌어진 후 10년 만이다.


이번 파업은 특히 은행업이 창구에서 비대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진통이라는 점에서 국내 은행산업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조합원 3,200명을 상대로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노조는 오는 5월2일로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진전된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조정 자체가 결렬될 경우 다음날인 3일부터 6개월간 태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태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8시50분에 출근해 오후5시에 퇴근하는 '정시 출퇴근'이다. 노조원들이 동시에 점심시간을 사용하거나 점포ㆍ부서별로 릴레이 휴가를 가는 등 추가적인 쟁의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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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인 만큼 영어 사용을 전면 거부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외국인 직원이 수신인에 포함된 문서는 모두 한국어와 영어를 병기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오전·점심시간·저녁 등 하루에 세 번씩 영업본부장들이 전화로 실적보고를 하는 '콜컨퍼런스'도 거부한다.

노조는 "예ㆍ적금, 카드, 펀드, 보험 등 신규 상품의 판매를 거부하고 지점별로 게릴라성 파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가입률이 82.9%로 2011년 파업한 SC은행 노조의 가입률(약 50%)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이번 파업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태업이 무기한 전면 파업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과는 달리 은행의 특성상 파업을 할 경우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도리어 회사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은 95% 이상이 대출과 펀드 등에서 나오는데 이런 상품들은 만기가 정해져 있어 파업한다고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없다"며 "2004년 전면파업 때보다 2005년 6개월간 태업을 했을 때 회사에 주는 타격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이에 맞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비노조원이나 퇴직자 등을 활용한 대체인력 투입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은행지점 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문이 26일 진행됐으며 29일까지 노사 양측의 서면답변도 추가로 제출됐다. 법원의 판결은 이르면 5월2일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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