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與원내대표 경선과 박근혜

박 前대표쪽으로 권력 이동<br> 승리 도취 말고 긴장감 가져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두고 갖가지 표현이 난무한다. '주류의 궤멸' '비주류의 반란' 등 자극적인 용어로 현재 한나라당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의외인 것은 확실하다. 이번 결과가 한나라당 내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도 긴장하는 눈치다. 긴장감의 결과는 MB 측근들의 장관 등용 포기로 나타났다. 내가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생전 처음 듣는 인물들이 입각했고 그래서 최소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은 면하게 됐는데 이것이 다 눈치 본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청와대가 당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경선 결과가 곧바로 한나라당의 미래를 확실히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과대 포장하면 또 다른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경선 결과 이재오 장관 측이 수세에 몰린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장관 측이 수세에 몰렸다는 사실이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계기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이 장관 측이 수세에 몰리고 반대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득세하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길 수 있다. 바로 대선 경선에서의 흥행이 문제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먼저 대선 흥행적 측면에서 보면 이렇다. 원내 대표 경선 결과로 당내 권력은 분명 박 전 대표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한나라당 내에서 다른 대선 후보가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됐음을 의미한다. 여러 명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서로 경쟁해야 대선 흥행이 되는데 박 전 대표가 당까지 장악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니 다른 대선 후보가 나오기는 좀처럼 어려울 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보나 마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야당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에는 호재가 아님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이번 결과가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문제를 보면 이렇다. 우선 3김(金) 시대 이후 대통령에 당선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비주류였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들이 비주류였던 점이 오히려 당선에 도움이 됐다는 말인데 그 이유는 바로 이들이 가지는 '신선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덜 때 묻은 느낌과 주류에게 손해 본다는 느낌을 주어 오히려 동정심마저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번 선거 결과는 '주류성 비주류'였던 박 전 대표가 '주류다운 주류'로 부상했음을 의미하고 그래서 상황이 오히려 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미 6년 동안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했던 박 전 대표가 당권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득권으로 비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오히려 박 전 대표는 본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마저 생길 수 있다. 당내 경선은 유리해졌지만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박계 입장에서는 이재오계에게 패배를 안겨줬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과 경쟁이 본선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데 너무 상황이 안전해졌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반전시키는가 하는 것은 박 전 대표의 몫이다. 손학규 대표가 자신을 버려 오히려 안정적 지위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한 번쯤 되새겨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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