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제 경제를 보자(사설)

경제가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어느 구석을 보나 햇빛이 보이지 않는다. 연구기관마다 비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다. 노동법 파동에 이은 한보·삼미그룹의 부도 후유증에다 엔저현상의 지속으로 침체국면이 깊어져 경기가 올해는 아예 되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민·관 연구기관들은 하나같이 올해 성장률을 5%대, 실업률은 2.5%로 수정 전망했다. 경상수지적자도 2백억달러 이상, 소비자 물가는 4.5∼5%로 예측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장 6%대, 경상수지적자 2백억달러 미만으로 잡고, 경기도 9월쯤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현장은 지표보다 더욱 어둡고 비관적이다. 부도 공포증이 대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하루하루가 생존의 갈림길이다. 하루에 17개이상 부도로 쓰러지는 상황이다. 금융위기·외환위기설이 결코 설의 수준이 아니라 모든 기업의 목을 죄어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기업의욕도 실종되었다. 경쟁력회복이니 기술개발이니 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절망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야 두말할 것 없이 한보사태의 뒤탈 때문이다. 한보에 이은 삼미그룹의 부도가 겹쳤다. 검찰수사도 한보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시켰다. 정치권 또한 대선 게임에 골몰할뿐 경제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경제가 제대로 풀리고 돌아갈 리가 없다. 그렇다고 대외환경이라도 밝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과거에는 나라 안 사정이 나쁠때 해외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 특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되레 엔저의 지속으로 경쟁력을 잠식당하고 있다. 미국 경제와의 동조현상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주시장인 미국경제는 경쟁력을 회복,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파산지경에 몰렸던 멕시코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뒤로 최악의 상황일때의 멕시코를 닮아가고 있다. 문제는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와 실천력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의욕과 경제를 일으키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움츠러들고 불안한 마음을 씻어줄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생일날 잘 먹겠다고 그동안 쫄쫄 굶을 수는 없다. 잠재성장력이나 경쟁 여력을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금융개혁·경쟁력 회복은 긴 세월이 소요된다. 그래서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증대와 소비억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외환위기나 자금난의 해법은 수출을 늘려 달러를 벌어들이고 한편으로는 달러 씀씀이를 줄이는데 있다. 그점에서 환율상승은 중요한 지렛대가 된다. 은행장들이 한자리에 나와 금융위기가 없다고 말한다 해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 근본적 치유가 없고서는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없고 효험도 언발에 찔끔 더운물 붓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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