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울산과기大 애물단지 될라

유니스트(UNIST). 내년 초 개교하는 국립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약칭으로 카이스트(KAIST)ㆍ포스텍(POSTECH)과 함께 국내 3대 영재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나아가 유니스트는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 미국 MIT와 견줄 만한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울산과기대 조무제 초대 총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내년 첫해 신입생을 정원의 10%인 100명밖에 뽑지 못하더라도 상위 5% 내의 우수 인재만 받겠다”고 호언했다. 이는 울산과기대를 첫해부터 KAISTㆍ포스텍과 함께 국내 3대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출발시키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그러나 이 날 조 총장의 발언은 현실을 간과한 ‘과욕’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울산과기대는 대학 통폐합 작업이 한창이던 노무현 정부 당시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설 방침이 확정됐다. ‘산업수도’ 울산에 4년제 대학이 한 곳밖에 없어 매년 고교 졸업생 중 65%가 외지로 나가는 것을 막자는 시민들의 정서를 담아 탄생한 셈이다. 울산과기대가 지역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론을 잘 반영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 총장의 구상대로라면 울산과기대는 이 같은 시민정서는 깡그리 무시된 채 일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울산지역 출신 중 우수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타지 출신 학생들로 정원이 채워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첫해부터 조 총장이 원하는 방식으로 우수인재가 모일지도 의문이다. 대학 측은 우수인재 확보가 어렵자 개교 첫해 신입생 모집 규모를 당초의 절반인 50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설립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자본유치(BTL) 방식으로 건설되는 교내 건물과 기숙사 등은 이런저런 이유로 오는 2010년 이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수도권 우수교원 유치와 4,000억원이 소요되는 학습기자재 마련도 여의치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조 총장은 “언론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들추는 것은 대학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울산과기대를 지역 명문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 어떤 것인지 조 총장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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