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EU, IMF총재선출 '정면충돌'

EU가 28일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이오 코흐 베저 독일 재무차관을 IMF 총재후보로 공식 지명한데 맞서 미국은 곧바로 강력한 반대의사를 천명하고 나섰다.EU 재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성명을 통해 만장일치로 코흐 베저 차관을 유럽의 단일후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IMF 차기 총재는 미국과 아프리카국가들이 추천한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 아시아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 등 3자 대결로 압축됐다. 이같은 EU 결정에 대해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코흐 베저 차관을 IMF 총재후보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EU는 보다 능력있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인물을 IMF 총재후보로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주말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코흐 베저를 후보로 내세우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EU의 대립은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으로 확산돼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표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편이다. 더욱이 총재 선출건이 IMF 재편과도 직결돼 있어 양측은 쉽사리 굴복하기 힘든 형편이다. 미국은 IMF가 장기 대출을 세계은행에 넘겨주는 대신 긴급자금 융자에만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유럽은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행정부가 유태인의 막강한 영향력을 의식해 독일측 후보를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CNN방송은 사카키바라가 현재 10%의 지지율을 갖고 있으며 코흐 베저와 피셔는 각각 35∼40%, 30%정도의 지지기반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미국이 기권한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따라서 사카키바라가 후보에서 중도사퇴할 경우 미국(투표권 18%)과 일본(6%)의 입장이 당락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된다. 국제금융계에선 또 IMF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반발이 거셀 경우 유럽측이 결국 제 3의 후보를 내세우는 타협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 경우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이나 앤드류 크로켓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부각되고 있다. 어쨌든 이번 IMF 총재 선출과정에서 빚어진 미국과 EU간의 감정 대립은 쉽사리 치유되긴 힘들 전망이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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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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