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딜레마에 빠진 공기업과 혁신도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논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공기업 민영화의 구체적인 추진시기와 방향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혁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도시)의 건설일정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민영화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혁신도시 계획을 수정하겠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게 인수위의 입장이지만 이전 대상기업이 민영화하거나 통폐합되는 경우 혁신도시 계획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한국전력공사가 이전하기로 한 나주나 한국가스공사의 이전이 예정된 대구 같은 경우 대상기업의 민영화 등이 추진될 경우 혁신도시 건설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민영화 대상으로 지정된 일부 공기업은 서울 잔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또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폐합이 거론되면서 이전이 예정된 두 도시 사이에 물밑 유치전이 치열하다는 소식이다. 한편 3월 착공을 계획해놓고 있는 전주는 입주 예정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큰 농업진흥청이 정부조직에서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상황에 처해 있어 혼란을 겪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국민의 정부 때 일부 추진되다가 이후 참여정부에서는 중단되다시피 했다. 그만큼 민영화를 비롯한 공공개혁이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역시 효율성만을 내세워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민영화를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 공기업 개혁을 추진해야 할 입장이고, 이 경우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공기업 지방이전과 혁신도시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는 공기업 개혁과 혁신도시 문제를 별개로 처리하기 어렵게 돼 있다. 공기업 개혁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혁신도시의 무리한 삽질은 물론 멈춰야 한다. 재조정이 불가피한데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 민영화와 혁신도시가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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