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실상 외국자본 배제 겨냥"

■ 공기업·공적자금 투입기관 대기업·외국자본에 안판다<br>대기업은 컨소시엄 통해 기간산업 인수 가능<br>금융 공기업 인수는 대기업도 제한할듯

“중국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다면 20조원이라도 투입할 것이다. 5년 정도로 추산되는 한국 조선업체와 기술 격차를 순식간에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한 조선업체 관계자) 정부가 주요 공기업이나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매각 때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의 인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국내 대기업보다는 외국 자본을 겨냥한 것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에서 보듯 외국자본의 국내 기간산업 인수는 국부 유출은 물론 기술 유출의 부작용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국내 대기업이 기간산업을 인수하는 데는 장애물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인수 가격이 7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컨소시엄 구성, 연기금 투자 유치 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1개 기업이 대우조선을 송두리째 인수,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러 대기업에 특정 기업의 지분을 분할 매각하거나 중견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참여하는 경우 오히려 매각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간산업 보호한다=산업연구원(KIET)은 자동차ㆍ전자ㆍ조선ㆍ반도체 등 10여개 핵심산업의 608개 분야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 한국과 중국 간의 제조업 전반의 기술격차가 3.8년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 2002년 4.7년, 2004년 4년에서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술의 일본’과 ‘비용의 중국’ 사이에 끼여 국내 주요 제조업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ㆍ하이닉스반도체 등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매각 때 외국자본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칫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선박기술에 있어 세계적 기업이고 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도 외국에 인수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손해라는 의견이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종합 검토하고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대기업에 대해 현실적으로 기간산업 인수가 제한될 가능성은 낮다. 자금력, 경영 능력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대우조선ㆍ하이닉스 등을 독자적으로 인수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인수는 대기업도 제한될 듯=하지만 금융 공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은행 특성상 각종 산업 정보가 집중되고 산업에 대한 자금의 효율적인 분배 등 기간산업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외국자본은 물론 대기업도 가급적 배제되는 게 옳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의 부정적인 시각을 감안해 특정 재벌이 금융 공기업의 지배주주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현재 금산분리 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연기금이나 사모펀드(PEF)에만 제한적으로 지분소유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 금융위는 또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허용을 2~3년 유예기간을 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같은 외국인 배제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가는 내ㆍ외국인의 동등 대우를 규정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또 매각 대상을 제한할 경우 제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금융 공기업을 1인 대주주가 아닌 컨소시엄 형태로 넘거나 연기금 등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도 막을 수 있고 외국인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최근 “산업은행을 외국자본에 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 논란이 일 것이고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 없이는 산업은행이 국제 경쟁력을 가진 투자은행으로 클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자본 50~60%에 외국자본 30~40%의 지분구성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외국인 인수 제한 방침은 현재 검토 단계이지 아직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외국인의 반발, 국내 여론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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