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의보감] 인격적인 성생활

부부간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부부간에 성적 평등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가 부부간에 강간을 죄로 명시하는 가정폭력 특례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 계기다. 여러 사례들을 들어보면 부부간에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도 폭력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성 관계를 강제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한 조사에서는(인제대 박정란 교수, 2002) 전국 가정폭력상담소와 쉼터 이용자 281명 중 62.6%(176명)가 부부간 '강압적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고, 성 관계에서도 '구타와 욕설을 동반한 강간' 29.9%(84명), 팔다리를 묶거나 몸 속에 이물질을 넣는 등 가학적 강간 18.1%(51명)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구타와 폭력 등 견디기 어려운 사정으로 집을 나온 여성들이 조사대상이라는 점에서 이 통계가 일반가정 전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절반을 크게 넘는 숫자에서 강간으로 인식되는 성 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떤 여성들은 폭력적인 남편이 폭행 후 잠자리를 화해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부부간에 강간이란 개념이 구체화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문명화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내가 남편의 성적 요구를 거부하거나 그에 대해 불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반란쯤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일단 그런 문제로 소리가 나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에 여성들은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혹은 그 행위가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에라도 ‘주인’인 남편에게 몸을 내맡기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을 것이다. 남녀의 결혼은 한 가정을 이루는 데 뜻이 있다. 큰 사회의 최소 단위로서의 새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녀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가정이란 단위 세포들의 건전성은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온 인류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일이다. 부부간에 건강한 관계를 위해 성생활은 빠질 수 없는 요소겠지만 그것이 부부관계의 필요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성생활은 부부관계의 한 부분으로서 존중되고 유지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성은 부부간에 갖는 여러 대화와 표현 수단 가운데 하나다.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가운데서 고운 말 즐거운 대화가 이루어지듯이 서로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의사를 존중하는 가운데서 즐겁고 따뜻한 성생활이 가능해진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이루어지는 것도 여기서부터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daehw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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