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 가지려다간 다 잃는다"

"다 가지려다간 다 잃는다" 최인호 소설 '상도' 다섯권의 책으로 "부도덕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파멸을 맞는다." 소설가 최인호는 3년 전부터 인간에 대한 배려는 일체 없이 돈에만 혈안이 된 재벌들은 반드시 패망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소설을 한국일보에 연재했다. 그 소설 '상도'(여백 펴냄)가 다섯 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꼭 최인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미 수많은 재벌들이 확장과 자기 성취욕에 눈이 멀어 맹목적이고 부도덕한 상행위를 일삼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져갔다. "이데올로기도 사라지고 국경도 사라진 21세기, 밀레니엄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경제의 세기이며, 이에 따른 경제에 대한 신철학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집필동기를 설명하는 최인호 씨는 소설의 도입부에서 곧바로 자신이 믿고 바라는 '경제의 신철학'을 내세운다. 자동차 전문기업인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이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질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죽은 김 회장의 지갑에서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이란 글귀가 적힌 쪽지가 발견된다. 글귀의 뜻은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즉 재물에 대한 과욕을 버리고 정직한 상도덕을 가지라는 말이다. 작가 최인호 씨가 기대하는 '경제의 신철학'이기도 하다. 소설 속 화자로 직업이 소설가인 '나'는 이 문장의 주인공이 바로 조선 후기 실존인물인 거상 임상옥임을 알아내고 그의 생애를 추적해 나간다. 임상옥은 19세기 상인이 사농공상의 맨 아래 자리에서 천대받던 시대에 태어나 본받을 만한 '상도'(商道)를 이루었던 인물. 평안도 의주 지방에서 비천한 상인으로 태어난 그는 불심으로 뜻을 세우고, 당대의 '인삼왕'으로 중국에 까지 이름을 떨치다가, 유곽에서 만난 여인 장미령을 구해주고 의주 상계(商界)에서 파문당하는 등 재기불능의 위기에 빠진다. 그 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스승인 석숭 스님이 내린 세 가지 활구(活句)였다. 첫째 구는 죽을 사(死), 스스로 죽을 각오를 해야 위기를 물리칠 수 있다. 둘째 구는 솥 정(鼎), 부와 권력과 명예는 솥의 세 발처럼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활구는 계영배(戒盈盃)라는 술잔, 계영배는 가득 채우면 잔 속의 술이 사라져버리고 오직 팔 할 정도 채워야 온전한 술잔으로, 지나친 욕심을 자제하라는 경구이다. 임상옥은 이를 마음에 담고 상업에서 일가를 이룬 후, 노년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전원에서 시를 쓰면서 안분자족하는 여생을 보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는 정경유착, 부정부패, 매점매석과 같은 사도(邪道)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고 개탄하는 최인호 씨는 위의 세 활구로 올바른 '상도'를 여는 활로를 개척하려는 것이다. 공자 식으로 말하자면 이(利) 보다는 의(義)를 추구하는 정직한 상인의 길을 새 세기에는 활짝 열어보자는 고언이다. 현재 기업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인들은 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스스로 죽을 각오로 위기를 이겨내라는 소설 속의 활구와 작가 최인호의 고언에 귀 기울일 일이다. 문성진기자 입력시간 2000/11/14 17:45 ◀ 이전화면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