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형 전당포/김영종 동아증권 사장(로터리)

한보사태 이후 국내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관행에 대한 반성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불행중 다행스런 일이다. 한보 등 몇몇 대기업의 경우는 소위 외압이라는 검은 손이 못된 장난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대부분의 금융여신 결정과정을 보면 국내 금융기관이 「대형 전당포」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없는 지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와관련 우리 금융기관들이 당장 내부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시행할 수 있는 몇가지 방안을 제안해 본다.먼저 대출 결정 권한의 70%정도를 하부로 이양하고 여신심사 전문가들을 양성토록 장기계획을 세울 것을 제의하고 싶다. 젊은, 그래서 거래선들과 영업외적인 이해관계가 없거나 적은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심사분석하는 풍토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윗사람들이 심사외적 사항이나 또는 상식수준의 고려에 의해 먼저 결정해 놓고 아랫사람들은 머슴역할이나 하는 여신심사 관행이 빨리 고쳐져야 외압이니 연고대출이니 하는 말들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대규모 여신의 경우 신디케이션 방식에 의한 금융기관 공동참여 대출을 좀더 활용토록 금융풍토를 마련해 나가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금융기관별,건별 단독대출 형식으로는 기업정보의 공유는 물론 좀더 객관적인 분석평가가 제한될 소지가 많아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건별 단독대출에 비해 공동참여 방식의 경우 대기업 거래선과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도 있고 여신기관에 대한 집중적 외압도 좀더 용이하게 피해 나갈 수 있을 터이다. 세번째는 재무적 약관조항(Financial Covenants)을 좀더 활용해야겠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확장등으로 인한 재무구조의 악화를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해 놓는 것이 부동산 담보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외국의 사례에서도 증명된 일이다. 모든 개별기업은 사람얼굴처럼 그 재무적 특성이 모두 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여신기관들의 대출서류나 약관은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어 개별기업의 신용상태 변화에 대한 사전통제 장치가 간과되고 있지 않나 싶다. 한보사태로 우리의 금융관행이 좀더 선진화될 수 있다면 그래도 전화위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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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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