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테러"
우리당 "불똥 튈라" 악재 돌출 곤혹與현장서 난동 朴모씨 당원 밝혀져 난감5·31선거 영향 "유세차질" "동정표" 갈려
홍재원 기자 jwhong@sed.co.kr
박근혜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 박사모 회원들이 21일 박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김호영 기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이 21일 정치권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경찰의 사건 은폐ㆍ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정치적 파장의 최소화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난동을 부린 인물이 우리당 기간당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이번 사건의 배후 여부를 둘러싼 여야간의 공방이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 피습에 경악하며 '배후'를 의심하고 있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소집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야당 대표를 위협하는 테러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박 대표의 생명을 노린 정치 테러"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피의자 지모씨가 박 대표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원내대표는 또 "이택순 경찰청장이 '피의자가 만취 상태여서 조사하기 어렵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며 "경찰 수사 방향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경찰총장 해임을 공식 요구하는 한편 김학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 피의자의 범행 동기 및 배후를 자체 파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내 기류와 달리 정작 입원치료 중인 박 대표는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전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박 대표가 이번 사건을 정치적 시각으로 과도하게 해석, 대응하는 것을 염려했던 것 같다"면서 "이것 때문에 2차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당은 이번 사건이 몰고 올 부정적 여파를 줄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는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여당으로서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일단 선제적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또 피습사건 당시 난동을 부린 박모씨가 우리당 기간당원인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되자 곧바로 출당조치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제주 지역 지원유세를 전격 취소하고 당사에서 긴급 회의를 주재,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며 박 대표의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 피습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우리당은 박 대표 피습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붙잡힌 박모씨가 서울시당 소속 기간당원으로 밝혀져 난감한 상황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번주를 '반전의 주간'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더욱 꼬이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입력시간 : 2006/05/21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