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호타이어 민간항공기용 타이어 개발 스토리

"실패땐 옷벗겠단 각오로 혹독한 승인 절차 통과"<br>3년간 100억 투입· KTSO 승인 2번 실패도<br>하반기부터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탑재 예정<br>고성능 타이어 개발도 돌입 '세계시장에 도전장'



국내 최초로 민간항공기용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금호타이어 항공기용 타이어개발 TFT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발 2분만 더 버텨다오.” 지난 2006년 12월5일 중국 구이린 기술표준품형식(KTSO) 공인시험소 활주로에서는 금호타이어의 민간항공기용 타이어에 대한 막바지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김산 금호타이어 항공기타이어TFT팀장은 마지막 2분을 남기고 6년간 끊어왔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해 중순에 있었던 KTSO 활주로 테스트에서 마지막 2분을 남기고 타이어가 터졌던 악몽이 떠올랐다. 마침내 비행기가 멈춰 섰다. 성공이었다. 금호타이어의 민간항공기용 타이어가 국내 최초로 KTSO의 모든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마지막 2분이 정말 10년 같더라고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연구개발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당시를 회고하는 김 팀장의 전언이다. 민간항공기용 타이어는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비행기의 엄청난 무게와 고열을 모두 견뎌내야 하기 때문. 민간항공기용 타이어의 공기압 내구성 기준은 일반타이어의 7배가 넘는다. 품질이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총 20~30여 종류의 각종 테스트와 승인절차도 통과해야 한다. KTSO를 통과하려면 60여차례에 걸친 혹독한 비행과 활주로 주행을 안전하게 마친 후에도 24시간 동안 공기압 변화가 5% 내외에 머물러야 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민간항공기용 타이어 KTSO 승인을 받았다. 모든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만큼 올 하반기에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탑재할 예정이다. 19일에는 한미 간 항공안전협정(BASA)이 체결돼 해외 수출길도 열렸다. 회사 측은 오는 2015년까지 세계 민간항공기 타이어 시장의 5%가량을 차지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민간항공기용 타이어 기술 보유 여부는 해당 회사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민간항공기용 타이어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미쉐린ㆍ브리지스톤ㆍ굿이어 등 5개사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가 민간항공기 타이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5년 한미 항공안전협정(BASA) 체결 프로젝트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직후다. BASA는 항공기 관련 부품 수출을 위해 반드시 체결돼야 하는 국가 간 협정. 30여명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3년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총 70억~100억원가량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으며 KTSO 승인 실패의 쓴 맛도 두 번이나 봤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한국과 미국의 정부가 예정해놓은 스케줄에 맞춰 기술개발을 성공시켜야 하는 것. 만약 금호타이어가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항공부품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한민현 연구본부장은 “국가의 위상을 지키고 한국 타이어 산업의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일에 매달렸다”며 “기술개발에 실패하면 TFT 전원이 옷을 벗겠다는 각오로 일했다”고 전했다. 그는 “옷을 벗지 않게 돼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금호타이어는 앞으로 고성능 민간항공기 타이어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고성능 타이어 개발은 필수다. “고성능 타이어도 개발해야 하고 미국 연방공항에서 TSO도 받아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 한 고비 넘었으니 진짜 대결을 준비해야지요.”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과의 진검승부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시 연구실로 향하는 한 본부장. 그의 어깨가 든든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