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외전문가에 듣는다] <5> 콘스탄스 헌터 美 알라딘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

"美·유럽·中 동시다발 변수… 내년 세계경제 큰 고비 맞을듯"<br>"美 미봉책으로 디폴트 위험 넘겨 FRB, 결국 국채매입 나설 가능성<br>더블딥 빠질 확률 높지 않지만 유럽위기 충격땐 견디기 힘들것<br>한국경제는 과도하게 수출 의존, 세계경기 나빠지면 외국인 발빼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경기둔화, 중국경제의 인플레이션 등 주요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내년 세계경제가 큰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경제가 다시 경기후퇴(recessionㆍ리세션)에 빠질 확률은 25% 정도로 파악됩니다." 미국 헤지펀드 알라딘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콘스탄스 헌터(45ㆍ사진)는 미국이나 유럽이 정작 중요한 문제를 뒤로 미뤘을 뿐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워싱턴 정치권이 연방정부의 채무한도를 놓고 벌인 정치적 대립에 대해 매우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미국이 여전히 채무이행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 만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쉽게 강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결국 국채매입에 나설 것이라며 이달 말 잭슨홀미팅(와이오밍주 옐로스톤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열리는 FRB의 연례 심포지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그와의 인터뷰는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위치한 알라딘캐피털 본사에서 진행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의 채무한도 상향 협상 타결 이후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채무한도 상향에 대한 합의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가셨지만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유럽도 좋지 않습니다. 더욱이 미국이나 유럽은 자신들의 문제에 일회용 반창고(bend aid)만 붙여놓은 상태입니다. 주가가 비록 떨어지기는 했지만 '토빈의 Q(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 실물자본 대체비용으로 나눈 값)'로 볼 때 결코 싼 가격이 아닙니다. 시장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들에 염두에 두고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언제쯤 안정될 것으로 전망합니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웃음) 시장의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언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금을 매입하는 등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엄격히 말해 금은 자산이 아닙니다. 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배당이나 이자 등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보관비용만 들어갑니다. 투자자들이 금을 사는 것은 여인들이 보석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심리(zeitgeist)의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전체 자산의 5~10%는 괜찮지만 이 선을 넘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다만 스위스 프랑이나 독일 채권에 대한 투자는 다른 차원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현 경제상황을 감안한다면 분명 매력 있는 자산들입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만약 강등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워싱턴의 정치권이 연방정부의 채무상한 문제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인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의 문제지적에 100% 공감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채무를 갚을 능력과 의사가 충분히 있다는 점에서 디폴트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2년 전에 이 질문에 대답했다면 '제로'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5~10%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미국이 AAA 등급을 상실하게 된다면 우선 미 국채의 금리가 상승할 것입니다. 또 장기적으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에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다음 문제는 그럼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인데 이는 실물경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달러가치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통화가치가 실물경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달러화는 캐나다ㆍ스위스ㆍ오스트레일리아ㆍ브라질 등 주요국의 통화에 대해 추세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자체적 문제를 안고 있는 유로화와는 1유로당 1.35~1.45달러의 박스권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요즘 공개되는 경제지표들은 한결같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미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미국경제의 체질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지금 상태라면 더블딥에 빠질 확률은 높지 않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나 중동사태와 같은 또 다른 충격이 온다면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둔화,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경착륙 등 세계경제에 큰 변수들이 많습니다. 미국경제가 다시 한번 리세션에 빠질 위험은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내년에 25%의 위험이 있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유럽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만약 스페인ㆍ이탈리아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글로벌 패닉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난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생했을 경우의 피해는 그 때보다는 작을 것입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 제어노력이 성공할지도 불투명합니다. 2주 전 중국을 다녀왔는데 은행들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여전히 신용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 세계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채무한도 상향 및 부채 감축 합의로 미국정부의 재정지출 여력은 불가피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FRB에 경기부양을 의존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잭슨홀미팅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FRB가 할 수 있는 것은 '2012년 12월까지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한다'는 식으로 제로금리에 대한 명확한 시점을 못박아주는 것과 국채매입을 다시 한번 하는 것 정도가 될 것입니다. 3차 양적완화(QE3) 실시 가능성은 50% 정도로 판단합니다. 지난달 CNBC가 79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나를 포함해 단 2명만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지난주 조사에서는 12명으로 늘었습니다. -미국이 QE3정책을 실시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물론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에 FRB가 나서는 것입니다. -한국시장에 대해 묻겠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은 거의 10억달러어치를 매도했습니다. 미국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한국이 유독 이렇게 심한 홍역을 앓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삼성ㆍLGㆍ포스코 등 한국기업들이 잘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또 한국이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기업실적은 좋더라도 세계경기가 나빠지면 한국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리 빼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매도가 일시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추세적인 이탈로 봐야 할까요. ▦세계경제의 흐름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세계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도 밝지 않습니다. 한국의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더딥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파는 것이 현명하겠죠. -전세계 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까. ▦다른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시장을 빠져나갈 때 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2008년 11월이나 2009년 3월에 주식을 샀다면 엄청난 성공을 거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겠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콘스탄스 헌터는 16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알라딘캐피털의 매니징디렉터(전무)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외환 이코노미스트로 월가에 첫발을 내디딘 후 퀀터래리언캐피털의 파트너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 코로넛에셋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알라딘캐피털에는 지난 2010년 6월 합류했다. 각종 경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의 변곡점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CNBC와 블룸버그TV에 고정출연하고 있으며 CNBC의 유명 대담 프로인 '스쿼크 박스'의 공동진행도 종종 맡는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포브스 등에도 종종 인용되는 유명 여성 애널리스트다. 한편 1999년에 설립된 알라딘캐피털은 운용규모 110억달러(11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헤지펀드로 채권ㆍ자산담보부증권ㆍ하이일드채권 등에 주로 투자한다.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본사가 있고 도쿄와 런던에 각각 지사가 있다. 2009년에는 파산보호신청을 앞둔 기업 등 특수한 분야에 투자하는 알라딘크레디트파트너스를 자회사로 설립했으며 여기에는 한국의 4개 기관이 800억원을 출자했다. 최근 한국에서의 자본유치 및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약력 ▦1967년 뉴욕 ▦1989년 뉴욕대 졸업 ▦1994년 컬럼비아대 MBA ▦1994년 체이스맨해튼은행 ▦2010년 알라딘캐피털 매니징디렉터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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