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확장 평균주기 50개월 훨씬 상회/경제학자 “내년도 성장유지” 전망 우세【뉴욕=김인영 특파원】 자본주의 최대모순으로 지적되고 있는 경기사이클이 20세기말 미국 경제에서 완전히 사라지는가. 미국 경제가 5년째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확장세의 끝이 어디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경제의 장기 호황에 대한 낙관론은 주식투자자는 물론 기업인·소비자들 사이에 팽배하다.
지난 15일 다우존스공업지수가 올들어 가장 긴 연속 8일째 최고가를 경신, 6천3백48.03으로 폐장한 것은 장기적인 경기호황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됐다. 미시간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앞으로 5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고, 미경제학자 대부분은 내년에도 경제가 1.5∼2.4%의 성장률을 기록, 호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확장은 지난 91년 3월 시작된 이래 67개월째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2차대전 이후 경기확장 평균 주기 50개월을 넘고 있다. 기업인들 사이에는 21세기초까지 현재의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며, 사라리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존 브라이언과 같은 사람은 파국적인 불황이 경기사이클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미경제가 장기 호황을 유지하는 원인은 정책당국자와 기업이 모두 불황을 수반할 우려가 있는 초호황을 피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호황의 완급을 조절, 경기 사이클의 진폭을 최대한 줄이면서 파국을 막는 방법을 과거의 불황을 통해 배웠다는 얘기다.
예컨대 크리이슬러의 경우 연간 자동차생산량을 19만대나 늘리면서 생산라인을 하나도 신설하지 않았다. 과잉투자가 가져올 파국보다는 생산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생산량을 늘렸다. 호황→과잉소비→과잉투자→불황의 경기사이클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연준리(FRB)의 보수적인 금리정책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과열을 억제하는데 적절한 역할을 한 것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수립이후 새로운 시장이 확대되고 국제 교역량이 늘어난 것도 그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통제할수 없는 영역이 자본주의 경제에 남아있기 때문에 고전경제학의 이론에 따라 언젠가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콜롬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빅터 자노비츠 교수는 생산과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전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공급부족 현상 때문에 아시아국가들이 대규모 증설을 단행, 올들어 가격이 폭락한 것을 볼 때 세계의 모든 산업을 제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61년 2월부터 69년 12월까지의 1백6개월에 걸친 경기확장이 2차대전후 가장 길었고, 오일쇼크후인 지난 82년 11월부터 90년 7월까지 92개월간 경기확장이 지속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