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원순 변호사 "소외현장 목소리 담은'아래로부터의 경험'이죠"

'우리시대 희망찾기' 연작 기획 박 원 순 변호사


“이번 연구는 이른바 21세기 실학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중국 연경에서의 경험으로 조선이 허례와 명분에 집착한 ‘추상의 나라’였음을 깨달았던 것처럼 ‘우리 시대 희망찾기’ 연작은 그간 소외됐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아래로부터의 경험과 지혜를 체계화하는 출발이죠.” 대학 교수들과 희망제작소가 공동 출간한 ‘우리 시대 희망찾기(창비 펴냄)’ 연작을 기획한 박원순(52ㆍ사진) 변호사 겸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밝히는 이번 책의 의미다. 그동안 상아탑에 갇혀 있던, 그리고 학자들의 유희를 위해 존재했던 지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진행된 연구과정은 숫자로 사회를 해석해온 통계학적 방법 대신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구술론을 연구방법론으로 택했다. 구술론은 사회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지식과 정성이 없으면 숫자로 풀어내는 통계처리보다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프로젝트는 지난 2004년 박 이사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그는 “옛 동독 지역을 여행하면서 독일의 통일을 예측했던 예나대학교의 루츠 니트하머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며 “동베를린에서 100명의 다양한 계층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동독의 문제를 진단하고 통일의 시기를 예측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리는 하늘의 고담준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총 13권으로 오는 2009년 상반기 완간 예정인 이 연작은 현재 4권이 먼저 출간됐으며 ▦공공재정 문제를 다룬 ‘시민이 챙겨야 할 나라 가계부’ ▦시민사회의 현주소와 미래를 다룬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 ▦교육개혁을 진단한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이다. 연구자 40여명이 동원돼 각 주제별로 현장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30여명을 선정,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를 들면 사법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법관들과 판사는 물론 변호사 사무실 여직원부터 법조계의 주변 인물인 ‘마담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은 만났다. 박 이사장은 “지식인과 정치인이 자신들의 이론과 정책이 사회에 어떻게 반영이 되고 어떤 목소리가 나오는지에 그동안 다소 무관심했다”며 “추상적인 지식을 생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경험에 기초해 현실로 끌어내 한국 사회의 현실을 조명했으며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채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절박한 요구를 읽어낼 수 있는 눈을 뜬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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