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지난 2003년 7월말 이사회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자산손실 추정치 1조6천억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사회가 열리기 1주일 전에 금융감독원에 보내진 의문의 팩스에는 약 1조6천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전망이 담겨 있어 론스타측 입장을 감안한 손실 뻥튀기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외환은행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 전부행장은 지난2003년 7월28일 개최된 제37기 제14차 이사회에서 "(론스타측에서) 1조6천억원 자산손실(Loss)됐다고 주장하는 데 내용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이 전부행장은 "자체 실사를 통한 장부가 평가액은 2가지 시나리오가 있다"며 "긍정적(Optimistic) 시나리오는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 평가손을 감안하면 1조407억원의 자산손실이 생기고 주당 장부가는 2천175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정적(Pessimistic) 시나리오에는 약 1조3천600억원 정도의 자산 손실이 평가돼 주당 장부가는 1천296원이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자체 실사에서 비관적으로 평가했을 때보다 론스타측에서 외환은행의 자산 손실 규모를 더 크게 본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가 열리기 1주일전인 7월21일 금융감독원에 보내진 의문의 팩스다섯장에서 연말 BIS 비율 전망을 6.16%로 산출하는데 근거가 된 제충당금은 1조6천864억원으로 론스타의 추정치와 흡사했다.
이에 따라 경영진도 모르게 산정된 BIS 비율 전망에 론스타측 견해가 반영됐을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기고 있다.
최종 계약서 체결 한달전이기는 하나, 론스타가 사실상 대주주로 결정된 것으로 확신한 은행측 관계자가 론스타의 입장을 반영한 팩스를 보냈거나 금감원에서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사회 일부 이사들이 론스타의 인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은행측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전부행장은 이사회에서 더이상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다른 이사들도 문제삼지 않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 이사회에서는 의문의 팩스가 보내진 뒤로도 한번도 1조7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며 "은행 이익을 위해 협상에서가장 낮은 손실을 반영해야 할 이사들이 이후 론스타측 자산손실 추정치에 대해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보면 대주주가 이미 결정된 것으로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