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이명박 당선인의 신년회견을 보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미래를 위한 정부조직개편과 과감한 규제개혁 추진방침을 밝히면서 ‘화합 속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의 군살빼기와 방만한 조직의 통합과 융합을 통해 공직사회가 먼저 국민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드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밝혔다. 경제와 관련해 이 당선인은 ‘착실하게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며, 긴 호흡으로 경제를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게 규제개혁’이라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규제일몰제와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방침을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이 ‘원론적 수준으로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사업의 타당성, 재정 부담, 국민적 합의 등의 관점에서 남북합의 사항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북핵을 포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거나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냉엄한 정글의 법칙이 요동치고 있는 세계화의 한 가운데 서있다. 우리는 지난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로 황폐화한 우리의 모습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분과 실리가 교차하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지도자는 투철한 역사관과 뚜렷한 철학관을 갖고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한발 앞서 진단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신년기자회견은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국정철학과 운영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이명박 정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와 함께 노파심에서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권의 경험들을 기억하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 역대 정권들은 공과를 떠나 그 시대가 처한 환경 속에서 그 나름대로 역사적 소임과 역할을 했다. 국민들의 선택은 그러한 역사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다. 새 정부의 중요한 소임은 과거를 반추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전임 정권들에서 경험했듯이 과도한 책임의식이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국민들은 냉정하게 자신들의 신임을 철회할 것이다. 둘째, 새 정부 초기에는 항상 그랬듯이 정부조직의 개혁이니 쇄신이니 하면서 소위 ‘군기잡기’를 시도한다. 또한 과거와의 차별화를 위해 전임 정권의 정책을 폄하하고 새로운 정책을 양산하는 경향도 있다. 정부는 한시적이지만 국가는 영원하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흔들면서 새로운 질서를 도모하려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정책ㆍ부동산정책ㆍ대북정책 등 전임 정권들이 추진했던 국가정책들의 큰 틀은 가치적 측면에서 큰 무리가 없다면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셋째, 이 시대는 국민적 화합을 필요로 한다. 지난 시대의 분파주의에서 벗어나 국가발전에 흔쾌히 동참할 수 있는 공동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가치의 문제들이 성장과 분배라는 거대담론에 매몰돼 좌초되어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의 수렴과정이 필요하다. 총 유권자의 31%만이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명박 정부는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지향점을 창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선진화와 세계일류국가는 경제만 가지고 이룩될 수 없다. 국가의 제 영역이 균형 발전하고 민주적 가치가 녹아내릴 때 성취될 수 있다. 좌절과 분열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명박 당선인이 말했듯 항상 ‘초심’으로 국민들을 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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