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내부 경영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만큼 외부감사도 부실해 저축은행의 불법행위와 예금자 피해에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이 수천억원의 자산을 부풀리고 부채를 줄이며 분식회계를 일삼아도 국내 최대인 삼일 등 회계법인들은 하나같이 "문제 없다"며 감사의견 '적정'을 공표해왔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프라임과 제일2저축은행의 회계감사를 최근 맡은 바 있지만 모두 '적정' 의견을 내고 특기사항은 '없다'고 명시했다. 프라임저축은행은 대주주가 규정을 어기고 과도한 대출을 해 법을 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에이스와 파랑새저축은행 외부감사를 최근 3년 동안 계속해 맡았지만 각종 불법대출과 회계기준 위반 사항들을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하거나 밝히지 않았다. 특히 에이스저축은행은 금감원 경영진단 결과 1년 만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5%에서 -51.1%로 돌변한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서조차 "부실감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6일 소속 공인회계사가 오투저축은행 감사를 소홀히 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등의 주권상장과 지정회사 감사업무를 각각 1년간 제한당하는 조치를 받기도 했다. 오투는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38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감독당국에 적발됐다.
토마토와 제일저축은행그룹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신한회계법인과 예일 및 남일회계법인도 저축은행의 부실한 재무구조에 눈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제일저축은행은 상장사여서 예금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도 커 부실 회계감사에 대한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영회계법인 역시 과거 프라임저축은행의 회계감사를 맡았을 뿐 아니라 최근 3년 연속 대영저축은행의 회계감사인으로 지정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회계사는 "감사를 의뢰한 저축은행이 '갑'이라 하더라도 불법과 부실이 너무도 명백한데 모르고 지나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투자자의 신뢰회복을 위해 저축은행 회계감사의 부실 책임을 단호히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