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카자흐 금융경색·부동산 부실 우려"

全금융위장 "국내 건설업체 유동성 위기 빠질수도…" 투자 주의 당부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할 것을 주문한 가운데, 특히 중앙아시아의 요충지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투자가 크게 늘어난 카자흐스탄을 직접 거론하며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은행ㆍ건설업을 중심으로 카자흐스탄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최근 카자흐스탄에 대해 금융경색 가능성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자산 부실화가 우려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고 겪는 카자흐스탄=수출입은행의 ‘카자흐스탄 은행산업의 금융경색 및 시사점’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금융기관의 높은 해외차입과 부동산 부실 등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우선 카자흐스탄의 은행산업은 자산규모가 지난 2005년 340억달러에서 2년 만에 952억달러로 급증했다. 문제는 자산증가의 대부분이 장ㆍ단기 외채 등 해외차입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카자흐스탄 금융감독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조달금액의 47%가 해외차입분이다. 이에 따라 해외차입금 상환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2008년 중 만기 도래하는 원리금과 이자는 각각 110억달러, 30억달러로 분기당 평균 3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 과도한 건설업 대출 비중도 문제다. 카자흐스탄 은행의 대출 가운데 건설업 비중은 2007년 말 현재 26.7%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출 편중에 따른 금융 부실자산도 우려되는 상태다. 건설산업 부실 대출 비율은 지난해 7월 4.7%에서 올 1월 8.6%로 확대됐다. 또 카자흐스탄의 신행정수도인 아스타나에만 2만5,00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 31곳 진출=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의 금융ㆍ자원 요충지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투자규모는 118건, 총 7억1,700만달러(실제 투자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건설업 등의 투자가 64%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카자흐스탄 건설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만 31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기관들도 은행 인수합병(M&A) 및 해외지점 설치 등을 통해 진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우리 기업의 진출이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현정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카자흐스탄은 향후 중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지가 매우 크다”며 “카자흐스탄이 현재 외국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현 시점의 우리 기업 진출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 투자가 부동산 위주로 편중된 상황에서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국내 은행 역시 현지 우리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펼칠 것이 뻔하다. 카자흐스탄의 금융경색과 부동산 부실이 심화되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이는 국내 은행 부실로 연결되는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경우 대부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상대로 영업한다”며 “카자흐스탄이 금융위기로 갈 경우 우리가 받을 타격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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