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차값 10%만 내면 중형차 ‘주인’(초가격파괴 현장)

◎24개월 무이자 할부 대당 100만원 손실 감수/내수침체 여파 「울며 겨자먹기식」 할인경쟁중견업체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모대리(33)는 최근 선수금으로 차값의 10%인 1백45만원을 내고 1천4백5만원짜리 레간자 2.0 SOHC(자동변속기, 에어컨 포함)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매달 내는 할부금은 27만7천원이다. 과거에는 꿈도 꾸지못한 중형차 구입을 가능케한 것은 대우자동차가 이달부터 한달간 도입, 시행키로 한 중고차보상제도 덕분이다. 신차가격의 40%를 신차가격에서 빼고 팔면서 월 할부부담액이 정상할부판매와 비교해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상할부(36개월, 연리 13.8%)로 같은 차를 구입했다면 김대리는 매달 42만9천원을 내야한다. 김대리가 레간자 구입비로 매달 지불하는 27만7천원은 9백35만원짜리 누비라 1.5 DOHC를 정상할부로 팔때 월 할부부담액이 30만원 정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파격적인 가격인지를 알게한다. 쉽게 설명해 누비라 가격으로 레간자를 사는 것이다. 그런데 김대리의 즐거움도 12일부터 도입된 경쟁업체인 현대자동차가 도입한 「고객만족할부판매제도」를 알게되면 아쉬움으로 돌아설 수 있다. 현대가 도입한 제도는 대우에 비해 유예금액에 대한 보증금을 없애고, 유예보증금에 대한 이자(9%)도 없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혜택이 더 크다. 물론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더 파격적인 판매제도. 현대는 『1천만원 짜리를 기준으로 선수율 15%, 36개월 할부를 기준으로 할때 현대제도는 월할부금이 15만9천4백60원으로 대우의 19만7천4백50원보다 더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와 대우의 이번 경쟁은 국내에서는 거저주기 전에는 어떤 것으로도 대응할 수가 없을 정도다. 장기무이자할부와 비교해 보면 이런 것이 쉽게 드러난다. 1천만원 짜리의 경우 선수금을 15%로 한다면 잔여금액은 8백50만원. 이를 현재 기아가 도입하고 있는 24개월 무이자할부로 판매한다면 월 불임금액이 35만4천원에 달한다. 현대와 대우가 도입한 제도와 비교하면 훨씬 부담이 크다. 물론 중고차 유예제도는 초기구입 부담이 적지만 2∼3년이 지나면 중고차값을 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2∼3년지나 현물(차)로 반납하면 된다는 점에서 무이자할부 보다 훨씬 유리하다. 더구나 정상적인 할부와 비교하면 이 제도의 파격성이 더 쉽게 확인된다. 1천만원 짜리를 기준으로 할 때 정상할부(이자율 13.8%, 선수율 15%, 36개월 할부)의 월불입금액은 28만원 선이다. 현대와 대우가 도입한 것보다 훨씬 높다. 이렇게 볼때 현대와 대우가 이 제도를 경쟁적으로 확대, 당초 계획인 이달말을 넘길 경우 앞으로 2∼3년뒤에는 많은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중고차의 보상가와 시가의 차액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한 중고차 보상제는 2∼3년 뒤의 수요를 앞당겨 현재의 적자를 보전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를 당초 계획대로 이달에 끝낸다 해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볼때 무이자할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형차를 기준으로 할때 24개월 무이자할부 판매를 할 경우 정상할부 보다 대당 1백만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생산은 늘어났는데 판매는 안되니 경쟁은 치열해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당장 판매를 늘릴 수는 있지만 문제는 그동안 형성해온 가격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지면서 앞으로 그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로 부터 『얼마나 깎아줘요』란 질문을 항상 받게된다. 이렇게 하면서도 올들어 상반기 내수시장은 71만9천2백2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6%나 감소했다. 지난 80년 오일쇼크 이후 17년만에 맞은 마이너스성장이다.<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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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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