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영화의 홍보 문구가 그 내용을 엉뚱하게 전해주는 경우가 있다. 18일 개봉하는 ‘로드 오브 워’(원제 Lord of War)가 딱 그렇다. ‘올 겨울 최고의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문구가 붙은 이 영화는 실상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다. 총알이 빗발치는 특수효과가 넘쳐나는 ‘람보’류의 웅장한 액션이 아닌, 세계 곳곳으로 무기가 암거래되는 현실을 고발한다. 총알 탄피가 가득 쌓인 현장에서 주인공 유리 올로프(니컬러스 케이지)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의 직업은 세계 각지의 전쟁터만 쫓아다니며 무기를 밀거래하는 판매상. 기상천외한 온갖 방법으로 라이베리아 내전, 중동 지방 등을 다닌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건 평화협정. ‘자기가 판 총알에 죽지 않는다’는 철칙 하에 “내가 안 팔아도 누군가는 판다”며 비즈니스를 펼쳐간다. 그런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모델 출신의 아내는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함께 일하던 동생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형을 배신하려다 내전 현장에서 상대의 총탄에 목숨을 잃는다. 가는 곳마나 인터폴 요원이 따라다닌다. 언제까지 피하다니고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점점 궁지에 몰린다. 98년 미디어에 조작된 인간을 희화화한 영화 ‘트루먼 쇼’를 만든 앤드류 니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실화를 바탕에 깔고 세계 전쟁은 좌지우지하는 무기 밀매상 세력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담배나 자동차보다 총이 사람을 덜 죽인다”며 냉소를 보낸다. 이를 말하는 주인공 니컬러스의 음성은 차분하고 건조하다. 그는 나레이션을 통해 자신이 아니라도 누군가 이 일을 할 것이라며 자신을 필요악이라고 변명하지만, 결국 그 역시 인간이 죽어가는 살육장 속에서 피폐해지는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변변한 반전도, 온 몸을 전율하게 만드는 액션신도 없지만 오히려 차분하게 읊조리는 대사에 관객들의 지적 감성을 자극할 만 하다. “자신이 힘들게 1년간 파는 무기를 미국 대통령은 단 하루 만에 팔고 있다”는 마지막 대사는 이 영화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바로 알게 해 준다. 상업 영화와 사회적 메시지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을 무난하게 엮어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