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과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 등 일본의 경제관료들은 경제가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내각부의 발표 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7~9월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것은 대지진 직후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1980년 이후 실질성장률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갈 경우 '경기후퇴국면'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왔지만 이번은 예외임을 강조했다. 요사노 경제재정상은 "지진으로 인한 기업의 공급 제한이 점차 풀리고 있고 심리악화에도 제동이 걸렸다"며 "올 하반기에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 민간 경제예측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7~9월 실질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4.6%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지진의 피해 복구 및 부흥 수요가 본격화하는 3ㆍ4분기의 플러스 성장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일본의 둘러싼 제반 여건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당 76엔대의 기록적인 엔고(円高)는 정부와 일본은행의 대규모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세계 경기는 눈에 띄게 감속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늘어나는 에너지 비용 부담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경제에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에 당장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엔화 강세는 이미 수출 기업들을 적자와 도산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민간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15일 일본 수출기업의 60%를 차지하는 중소업체들 가운데 적어도 30% 이상이 적자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3월 대지진의 파장과 급격한 엔고가 맞물린 결과다.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기록적인 엔고를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엔고 도산'이 급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근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7일 현재 엔고로 인한 기업 도산은 총 2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다 재무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3ㆍ4분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에 힘을 실으면서도 "엔고 문제 등 불안 요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각부 간부의 말을 인용해 "엔고가 지속되면 수출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기업수익 악화를 통해 개인소비와 설비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2ㆍ4분기에 부품공급망 붕괴와 생산설비 파괴 등으로 수출에 큰 차질을 빚었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해외 수요감소로 수출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 내각부에 따르면 해외 수요가 1% 감소하면 일본 GDP는 0.1%포인트,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간 나오토 정권의 탈(脫)원전 방침 선언 이후 전력공급난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막대한 에너지 수입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일본이 원자력발전을 포기할 경우 급증하게 될 생산비용은 엔고 등 다른 제반 요인들과 맞물려 일본 기업의 해외 유출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산업시설과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일본 경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겨진 채 더욱 가파른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JX일본리서치의 노리타 히로아키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원전이 실현될 경우 일본 경제로부터 에너지 구입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빠져나감으로써 일본에 세 번째 '잃어버린 10년'을 몰고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이코노미스트인 후지사와 오사무도 "일본 경제는 이미 지속되는 디플레이션과 저출산 고령화, 막대한 재정적자로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간 총리의 탈원전 비전을 무턱대고 수용할 경우 경제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