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MB "당장 과세 아닌 화두 던진 것"

정치권·사회각계 통일세 '백가쟁명'<br>"남북협력기금 활용해야" 정치권 찬반 논란<br>"통일복권 발행 고려할만" 전문가들 의견 쏟아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통일세 문제와 관련, "통일과 관련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다양한 계층의 얘기를 들어보고 보다 많은 국민들이 논의에 참여하기 위해 큰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화두'에 따라 우리 사회 전반은 통일세를 둘러싸고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상황으로 급속히 빨려들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가 찬반으로 나뉘어 입씨름을 하고 있고 시민단체와 학자들도 통일비용과 통일세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MB "지금부터 논의해야"=이 대통령은 이날 통일세에 대해 정치권과 사회 각계가 지금부터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를 시작해 나가자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통일과 관련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화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분단관리가 아니라 통일관리로 우리 국가 정책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평소 선진일류국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통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통일에 대한 대통령 생각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고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먼 미래로 가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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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통일세는 당장 거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 많은 국민들의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차원에서 청와대가 화두로 던진 것"이라며 "(각계는) 지금까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통일세를 제안했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각자의 의견을 말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찬반 엇갈려=여야는 통일세에 대해 겉으로는 찬반이 분명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여당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남북협력기금은 분단을, 통일세는 통일을 각각 전제로 하고 있는 비용이라 성격에 차이가 있다"며 통일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금액에서도 남북협력기금은 지금 연 1조원 정도인데 통일비용은 380조원부터 2,500조원까지 예상된다"면서 "남북협력기금으로 충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도 통일세에 불편한 기색이 있다. 여당 내 대표적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재정에서 줄일 게 없는지 먼저 살펴보고 통일세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통일세를 도입하면 당연히 조세부담이 굉장히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을 두고 왜 통일세를 걷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지금은 일촉즉발의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면서 "통일세를 준비하자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 의원은 "정부는 북한을 고립시켜 붕괴하는 쪽으로 몰고 갔을 때 갑자기 통일이 오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에 통일세를 걷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서 분단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조세저항 고려해야"=전문가들은 통일을 대비한 비용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통일세 자체에 대해서는 일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해 통일세 대신 남북협력 기금을 늘려 사용하는 방안과 통일복권을 발행하는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통일세를 거두지 않는다고 해도 국내총생산(GDP) 1%, 또는 정부 예산의 2~3%를 남북협력기금으로 할당하는 예산 운영 지침을 여야 합의해 국회에서 만들면 3조~6조원 누적하면 다른 불용한 예산을 줄이면서 예산 운영 원칙을 잡아 놓으면 별도 세금 걷지 않아도 된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한 세금 형태보다는 통일복권발행이나 채권을 발행해 최소한의 비용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통일세가 조세원칙상 세출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을 걷는 것이라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연대세를 통일 이전이 아닌, 통일 이후에 부과했다"면서 "통일세는 조세저항이 우려되고 원칙에도 맞지 않은 만큼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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