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9월 3일] 경제위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중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어느덧 1년이 돼간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국제적인 정책공조를 강화한 결과 세계경제는 일단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는 올 2ㆍ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 부러움을 사고 있다. 가장 빠른 회복세에 자만 말고
그러나 자만해서는 안 된다. 불황의 그림자는 아직 짙게 드리워져 있고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무리한 부양책의 후유증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재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튼실한 재정이 큰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말았다. 올해에만 51조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로 국가채무가 366조원에 달한다. 내년에는 400조원을 넘는다. 빚을 갚는 데 드는 이자만 한 해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통해 징세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화ㆍ재정에서 과잉 살포된 유동성이 생산자금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쏠리면서 자산 버블이 일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가계대출이 337조원에 달했다. 전체 가계부채는 700조원을 넘었다. 사상 최대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기업ㆍ가계부채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저축을 늘렸다. 그러나 우리는 저금리에 현혹돼 빚을 내 살림하고 주택을 사들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시장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정책금리는 연 2%로 사상 최저수준이지만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6%를 넘고 있다. 가계발 금융불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환위기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민간투자의 후퇴로 고용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노장년층은 물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대학 5학년생이 수두룩하다. 고용이 늘지 않으니 가계의 실질소득과 소비는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줄고 있다. 2ㆍ4분기에는 명목소득마저 감소했다. 투자부진→고용ㆍ소득 감소→소비둔화 등 축소형 경제구조의 고착화가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이런 후유증들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도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스라엘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호주ㆍ뉴질랜드 등 많은 나라들이 금리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연방은행은 다음달부터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한다. 긴축모드로의 전환이다. 다음달에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려 경제위기 이후의 출구전략과 중장기 성장공조 방안도 논의된다. 부양후유증 해소 적극 노력해야
경제 회복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의 선두대열로 꼽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회복초기의 징조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해 당분간 금리인상, 유동성 환수 등 긴축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상시에 썼던 카드를 언제까지나 계속 쓸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틀이 멀다 하고 나오는 부동산대책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무리한 부양책의 부작용과 후유증이 심각하다. 앞으로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비상카드의 회수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에는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고 주식에 투자했지만 금리가 오르면 상황은 역전될 것이다. 1년 전 부동산 버블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경제주체들 모두 지금부터 서서히 탈출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대형참사는 모두가 살기 위해 한꺼번에 비상구로 몰릴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