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 서민으로 향하라] <1> 양극화 줄이는 사회안전판 기능을

저축銀등 서민금융 인수…소외층 끌어안기 직접 나서야<br>금융사 兆단위 순익불구 저소득계층 상대적 홀대…고금리 사금융에 내몰려<br>방치땐 사회불안 위험수위 이제라도 한발 다가가야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의 수익이 최근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이제는‘소외계층 포용’ 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은행의 지점창구 직원이 고객에게 서민 대출상품인‘햇살론’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은 올해부터 일제히 '조단위 순이익 시대'를 구가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자산건전성 강화'를 통해 자회사를 알토란같이 키웠으며 부실의 싹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주력한 결과다. 글로벌 단위의 무한경쟁에 대비한 체력강화 및 에너지 비축은 한국 금융의 생존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문제는 이 와중에 저신용ㆍ저소득계층을 상대적으로 홀대해왔다는 점. 금융위기 이후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삶의 질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금융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끌어내지 못하는 한 계층 갈등이나 사회적 불안정성은 위험수위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금융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서민을 외면하며 일궈낸 금융권의 경영성과는 사회적으로 환영받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지금부터라도 제도권 금융이 서민으로 한발 더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행, 저축은행 끌어안아라=은행들이 서민금융에 관심을 기울인다지만 본업 이외의 부수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은행들이 저축은행에 주목하라는 시대적 요구는 이 때문에 등장한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 2008년 9월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저축은행 인수해 정상화시 영업구역 이외 지역에서 최대 5개 지점 설치 허용 ▦자율 구조조정 통해 경영권 이전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자기자본 특례인정 ▦여신전문출장소의 영업기반 확대 추진 등이 명문화됐다. 사실상 자금력이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은행들이 직접 서민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해당 법인을 설립할 경우 즉효를 낼 수 있다"며 "이를 위한 환경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조성돼 있다"고 지적한다. 상당수의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올인했다가 최근의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실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제1금융권이 저축은행을 인수해 부실을 털어주고 본연의 임무인 서민금융에 주력하도록 경영한다면 저축은행권도 살리고 저신용ㆍ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은행들은 저축은행 인수를 상당히 꺼린다. '저축은행=경영 부실=고금리 대출'이라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제1금융사로서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막상 저축은행을 인수하려고 해도 기존의 대주주가 경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시중은행이 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는 정부의 '민원성' 서민 정책에 항상 '시범타'로 코가 꿰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은행계 지주사의 관계자는 "정부는 특히 대중들에게 고금리 금융사로 낙인 찍혀 있는 제2금융권에 몽둥이질을 해서 국민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면서도 서민정책의 생색을 내려는 경우가 많다"며 "제1금융권이 저축은행 인수에 소극적인 것도 괜히 제2금융시장에 발을 들였다가 정부로부터 서민정책의 총대를 메라는 요구에 시달릴 수 있다고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을 향한 금융서비스 시각을 바꿔라=은행의 소외계층 돕기 활동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높지 않다. 고마운 일이지만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정부 또는 사회분위기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펼치는 움직임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사업ㆍ새희망홀씨대출 사업과 같은 저금리 서민대출사업은 금융당국 등 관이 중심이 돼 추진됐다. 은행들이 최근 수익의 일정 비율만큼을 서민금융 대출에 할당하기로 한 것도 정치권의 공세적 법안 발의 움직임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타협안 성격이 짙다. 시중은행이나 주요 금융지주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현 정부가 추진해온 미소금융사업도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일단은 숨을 죽이되 환경만 변하면 이윤추구라는 금융사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란 고백이기도 하다. 이들이 내보인 본심에는 서민금융에 대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바로 이 시각이 많은 재원과 인력ㆍ시간을 투입하고도 은행 등 금융권이 대중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보다는 진정성을 의심 받는 가장 큰 이유다. 금융계의 한 원로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동참한 대표적 서민금융사업들을 은행들이 먼저 주도한 경우는 적다"고 실토하며 "서민을 향한 은행 등 금융권의 태도부터 바꿔야 진정한 의미에서 '서민을 향한 금융'이 시작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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