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닻 오른 오바마 2기] 예산 삭감·총기 규제 싸고 공화당과 극한 대립… 험로 예상

■ 국정운영 과제는<br>채무한도 상향 못하면 2월 디폴트 맞을수도


역사적으로 볼 때 2기 임기를 시작한 미국 대통령들은 정치적인 밀월 기간을 가졌다. 더 이상 선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야당과 심각한 대립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연초부터 '재정절벽(Fiscal cliffㆍ정부 재정지출의 갑작스러운 급감이나 중단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대립한 데 이어 지금도 국가채무한도 상향, 총기규제 등 현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론의 호응을 업고 협상 대신 강수로 공화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최근 "단지 재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재선된 것이 아니다"며 "미국인들의 가정과 전국에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ㆍ자영업자들을 도울 수 있을 일을 하기 위해 재선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일부 비난 여론이 있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처럼 경제위기 극복 등 해결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마당에 2기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공화당과 극한 대립을 벌이면서 앞으로 4년 임기도 적지 않은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구체적인 2기 임기 국정목표는 ▦경제 회복 ▦총기 규제 ▦이민제도 개혁 ▦국내 에너지 기반 확대 및 대체 에너지 개발 등으로 요약된다.

경제 문제는 가장 큰 과제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전이었던 지난 2008년 4ㆍ4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8.9%까지 떨어졌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3ㆍ4분기의 성장률은 3.1%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실업률은 여전히 8%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그의 지지율은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절벽에 이어 국가채무한도, 재정지출 삭감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대립하고 있다. 다음달 중으로 국가채무한도가 증액되지 않는다면 디폴트를 맞을 수도 있다. 또 두 달 미뤄놓은 자동재정지출 삭감도 3월1일부터 시작되며 임시예산이 종료되는 3월27일 예산안도 통과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잘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는 다시 리세션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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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재정건전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매년 1조달러씩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인구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지출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기회복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재정건전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총기 규제도 그의 임기 초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다. 코네티컷주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참사 한 달 만에 그는 대대적이 총기 규제 방안을 내놓았지만 관련 단체와 공화당 일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민제도 개혁은 경제회복에 비해서는 손쉬운 과제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전문직 등에 대해 이민의 문호를 더욱 넓히자는 입장. 지난 선거과정에서 소수인종의 외면을 받았던 공화당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어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국내 에너지 개발과 환경문제에 대한 조화를 찾는 것도 그의 2기 임기 과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오일과 가스를 '지난 시대의 에너지'로 규정했지만 최근 수년간 국내 에너지 개발 확대가 미국의 경제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임기는 위기 속에서 출범했던 1기 때에 비해 여건이 나은 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기반으로 첫 흑인 대통령을 넘어 미국의 역사에 남길 수 있는 업적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참모는 "미국의 전쟁 참여는 갈수록 줄어들고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에게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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