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최초의 해외기술 연수생은 누구일까.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당시 락희화학 전무ㆍ구자홍 LS그룹 회장의 부친)과 구평회 E1 명예회장(당시 지배인ㆍ구자열 LS전선 부회장의 부친)이 주인공이다.
구태회 전무의 연수 목적은 일본 고베(新戶) 근처의 시바다 고무공업회사의 비닐시트 생산 노하우 가운데 ‘캘린더 롤’ 설치기술을 가져오는 것. 그때가 지난 54년 6월. 전쟁의 포화가 멈춘 지 1년된 때였다. 누구도 반겨주지 않는 상황에서 눈치를 보며 적은 노트의 메모와 회로는 이연두 공장장에게 전달됐고 국내 첫 PVC 파이프 생산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구평회 지배인에게는 미국의 콜게이트사 치약 제조 노하우를 배워오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구 지배인은 당당한 자세로 콜게이트를 방문했지만 처참할 정도로 문전박대당했다고 한다. “오냐, 함 붙어보자”는 오기가 생긴 구 지배인은 몇 날 며칠 콜게이트 주변 연구소와 납품업체를 뒤져 조각 정보를 얻었고 이를 서울로 보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럭키치약이다.
운이 맞아떨어졌는지 당시 미국에서는 훌라후프가 열풍을 일으켰었다. 구 지배인은 귀국 후 곧바로 PVC 파이프로 훌라후프를 만들어 내놓았다. 결과는 대히트. 도시와 농촌 어디를 가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훌라후프를 돌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당시 문교부 장관은 지나친 유행을 잠재우려 훌라후프가 건강에 해롭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