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북식량지원 효율성 높이자/김도경 LG경제연 연구위원(서경논단)

북한에서 대규모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자존심 강한 북한 당국이 아사자의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을 보면 북한의 식량부족은 예상외로 심각하며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최근 12만명 이상의 유아들이 사망했고 2백만명 이상의 어린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인해 불구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국제사회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과거 70∼80년대 구소련의 농산물 유통과정을 살펴보면 우크라이나에서 실어진 곡물은 모스크바에 도착할 때까지 매 1㎞마다 1톤이상씩 철로에 흩어졌다. 당국은 생산목표 달성에만 신경을 썼지 도로나 철도는 물론 농산물 저장시설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의 확충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추수단계부터 새로운 유통단계와 저장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8%이상의 농산물이 유실되어 최종적으로는 생산량의 50%미만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곤 했다. 이러한 사회주의 국가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하여 유의해야 할 점을 몇가지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대북식량지원시 대규모의 식량을 일시에 전달하기보다는 소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북한이 얼마나 완벽한 식량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장시설의 미비로 인한 유실분을 줄이기 위해서는 같은 양이라도 오랜 기간동안 나누어 지원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두번째는 가능한 한 많은 지역을 통해 식량을 전달해야 한다. 우리측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중국산 옥수수는 신의주, 남포, 남양 등을 통해, 라면과 쌀은 흥남을 통해 전달했지만 이들 지역이외에도 해주, 원산, 나진·선봉등 이용할 수 있는 항구와 국경도시는 모두 이용하는 것이 보다 많은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을 전달할수 있는 방법이다. 세번째는 북한이 식량을 운송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식량지원시 화물차량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당국이 내륙지역의 주민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식량을 전달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차량을 비롯하여 도로나 철도 등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내륙지역에는 기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측에서 식량운송 차량을 몇대라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원되는 차량이 많지 않다면 차후에 군수물자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우리의 산업기술 수준을 북한측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네번째는 현재 적십자사로 단일화되어 있는 대북 식량지원 창구를 다양화하여 민간단체가 직접 북한에 전달하는 방법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민간단체가 모금한 돈을 북한당국에 기탁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겠지만 식량을 사서 북한내부에 들어가 전달하는 방법은 오히려 권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민간단체는 북한의 현실을 목격하며 북한체제의 실상을 체험할 수 있으며 북한당국은 우리의 민간단체와 접촉하며 남한의 풍요로움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다. ◇약력 ▲53년 부산생 ▲79년 연세대 경제학과졸 ▲미덴버대 대학원 경제학과졸 ▲79년 산업연구원(KIET) 입원 ▲82∼83년 KIET 선진권연구부 책임연구원 ▲85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 입사 ▲86∼88년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 기획과장 ▲89년 LG경제연구원 입원 ▲92년∼현재 LG그룹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실무위원 ▲LG연 연구위원겸 국제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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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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