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고령화 잘못 대처하면 재앙온다"

■ 회색쇼크 (테드 C.피시먼 지음, 반비 펴냄)


로마인의 기대수명은 25세였고 1900년까지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30세였다. 높은 유아사망률 때문이었으나 살아남았더라도 45세 이상은 '장수'로 불렸다. 오늘날 전세계의 기대수명은 64세 정도다. 늘어난 수명에 세계 인구를 곱하면 인류는 한 세기 만에 2,500억년의 시간을 더 갖게 된 셈이다. 비슷한 비율로 기대수명이 길어진다면 세계 총인구가 91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의 출생자들은 1900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5,000억 년의 시간을 더 향유하게 된다.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선물'이다. 하지만 이것은 '골칫거리'를 동반한 선물이다. U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노인부양비율이 약 63%에 이른다. 일본은 2050년에 전체인구가 2,500만 감소할 것이며 노인인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개발도상국의 노령 인구 증가세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적인 고령화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고령화가 가져올 변화와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다.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우선 '돌봄이 필요한 자'와 '돌봐야하는 자' 사이의 긴장과갈등이다. 지난 25년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5%나 증가한 빠른 고령화 국가 스페인에서는 노모를 부양하는 은퇴한 자녀들의 불만이 속출한다. '한 자녀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의 경우 한 아이가 자라 조부모 4명, 부모 2명까지 총 6명을 부양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예상된다. 이에 일본은 돌보미 한 사람이 노인의 모든 부분을 보살피는 것 대신 전문 분야가 있는 여러 돌보미들이 노인의 요구에 따라 교대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고령화로 인한 갈등은 가사 능력이 없는 남성과 남편을 보살펴야 할 여성 사이의 갈등,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청년 노동자와 고령 노동자의 갈등, 노인 부양 의무를 둘러싼 가족과 국가의 갈등 등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세계적인 고령화는 인류의 위대한 업적에 따른 결과"라고 추켜세우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를 되돌릴 만한 균형관계(trade off)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비관적이지는 않다. 바람직한 노년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개인의 삶을 역동적으로 변하는 세상과 연관시켜 피할 수 없는 고령화의 흐름을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얘기한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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