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간41돌/국가경쟁력 평가] 국내산업 경쟁력 평가

>>관련기사 최근 수출이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장기 경기침체에 대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렇게 수출이 부진한 것은 미국을 비롯해 전반적인 세계 경기 침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중국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어 경쟁력의 상대적 하락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95년 한국과 중국의 대미 시장점유율은 각각 3.3%와 6.1%로 두 배 정도의 격차를 보였는데, 지난해에는 2.3%와 8.3%로 그 격차가 4배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제품의 개별 경쟁력을 나타내는 무역특화지수를 계산해 보아도 자동차, 조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섬유 및 신발 산업은 90년에 무역특화지수가 각각 0.92와 0.96으로 수출주력상품이었지만 지난해에는 0.5 수준까지 급락했다. 그밖에 반도체와 가전도 수출금액은 많지만, 그만큼 원자재 및 부품 수입도 많아 무역특화지수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일반기계 산업은 무역특화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여전히 수입에 특화된 것으로 조사되어 부품 국산화 사업이 아직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다만 자동차 및 조선 업의 무역특화지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들 산업들이 국내 수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비가격 경쟁력 향상 미흡이 주요인 국내의 산업경쟁력 약화는 근본적으로 비가격 경쟁력이 향상되지 않고 있는데 있다. 가격경쟁력은 수출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환율, 물가, 국제 원자재 가격, 금융 비용 등에 의해 결정되는 양적 변수를 의미한다. 반면 비가격 경쟁력은 수출상품의 질적 변수로서 주로 기술력, 품질, 마케팅 능력 등에 의해서 변동된다. 국내 산업의 가격경쟁력은 외환위기 이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과 금리 하락으로 인한 금융비용 감소 등으로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단가가 외환위기 이후 3년간 55%나 하락했지만, 환율이 62% 이상 상승함으로써 7% 정도의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를 발생시킨 것이다. 또 금리(3년 만기 회사채 기준)도 외환위기 이전 12%대에서 현재 7% 선까지 하락해 수출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많이 완화해주고 있다. 이러한 가격경쟁력의 개선을 바탕으로 외환 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주요 산업의 수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전후인 96년과 99년의 섬유, 철강, 자동차 등 주요수출업종의 무역패턴을 조사해 보면 외환위기 이후 수출단가를 낮춰 수출을 대폭 늘리는 전형적인 가격경쟁력 의존형 수출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기술개발 투자 소홀, 세계일등상품 개발 저조, 부품 산업 육성 미흡, 일부 업종의 노사분규 증가 등으로 경쟁력 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개발의 주요 지표인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98년 2.5%까지 감소한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2.6%와 2.8%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외환위기 직후의 연구개발 투자 부진이 1∼2년 후인 현재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기기 산업의 수출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부품 산업의 육성을 도외시하고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고 있는 수출확대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 99년 전체 4,200여개 수출품목중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 수는 76개로 미국(950개), 일본(326개)은 물론, 우리의 수출경쟁국인 중국(460개), 대만(110개)에도 훨씬 뒤쳐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들도 기술수준이 높지 않은 범용, 저부가가치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후발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첨단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올들어 증가하고 있는 노사분규도 수출제품의 불량률 증가와 대외이미지 실추를 가져와 수출품의 비가격 경쟁력 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의 수출부진은 세계 경기 침체와 더불어 우리나라 수출 제품의 비가격 경쟁력의 약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기술개발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하지 않을 경우 향후 세계 경기가 다시 좋아지더라도 수출을 확대시켜 나가기는 매우 힘들어질 전망이다. 또 미래의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하게 되면 선진국과의 수출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어 수출 2등국으로 전락할 위기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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