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장 유동성 점차 개선

이 달 초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은 위태로워 보였다. 지수 500선이 무너지면서 지난해 말 3개월 여 동안 지켜왔던 지지선이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시장을 짓눌렀다.특히 대외적으로는 철옹성으로만 여겨졌던 다우지수 1만 포인트와 나스닥지수 2,000 포인트 선이 무너지면서 우리 증시는 더 이상 기대될 곳이 없어 보였고, 경기 저점에 대한 믿음 역시 크게 약화되면서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의 주식시장 모습이 연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한 달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당시의 위기감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초 반등이 무위로 끝난 것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반등이 실패한 이유는 대외 여건 불안과 경기회복 불투명이라는 거시적 문제가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시장 유동성 보강 실패라는 내부적 요인도 무시 못할 변수였다. 지금의 대외 여건과 경기 요인들이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유동성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시장은 또다시 1월 장세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시장 유동성이 지난 1월보다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의 금융시장 여건이 당시보다 크게 호전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이미 진행 중이며, 또한 점진적으로 자금유입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근거는 실질 예탁금 증가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예탁금은 7조원대에서 9조원대로 올라서며 2조원 가량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1월 한 달 동안 2.7조원을 순매수해 외국인 순매수 부분을 제외한다면 예탁금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4월 들어 고객예탁금은 지난 24일 현재까지 1.2조원 가량 증가해 1월에 비해 절대 규모면에서는 줄어든 모습이다. 그러나 동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1조원에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어 실질 예탁금 증가세는 1월보다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난 1월에는 2조원 이상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는 지난 1월 국고채 금리의 가파른 하락세가 진행되면서 MMF나 채권형 상품으로 집중됐던 자금이 최근 금리가 점진적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서서히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채권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개인 자금은 정기예금 금리에서 제세금을 제외한 실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하회하면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 진입하고 있어 더 이상 안정성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기관 역시 올 초까지만 해도 채권가격 상승을 이용해 채권투자를 크게 늘려왔지만 5%를 위협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지금은 7% 진입을 시도하는 등 금리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익성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대체 투자수단으로써 주식시장의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에 대한 자금유입 가능성을 확대 시킴과 동시에 증시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 기관의 입장에서는 주식 보유비중이 낮은 상태에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으로 시장 여건이 개선 될 경우 매수를 서두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 투자자들은 항상 매도와 매수라는 두 가지 투자전략을 놓고 갈등하기 마련이지만 최근과 같이 추세 전환의 기로에 서게 되면 그 갈등은 더욱 심화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추세전환을 확인하고 나서 주식을 사려고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추세전환을 확인할 만큼 시장 여건이 성숙된다면 이미 주가는 바닥권 시세에서 한참은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주식투자라면 확인 보다는 가능성을 살펴보고 투자결정을 하는 것이 한발 빠른 투자가가 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김대중 SK증권 투자정보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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