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재정 고갈시키는 복지 포퓰리즘과 서민 복지 혼용 말아야"

[李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 복지 포퓰리즘 경계 <br>"오늘 편하자고 만든 정책 미래세대 짐 지워선 안돼" <br>마이스터고 학비 지원, 소형 임대주택 공급 등 맞춤형 복지예산은 확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37주년 추도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시대의 복지는 돈으로 도와주는 것을 넘어 개인 상황에 맞춰 세심하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근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4번째로 내놓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직접 언급하며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이 대통령이 공식적인 연설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철학이 담겨 있는 이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특히 최근의 글로벌 재정위기를 강조하며 재정을 고갈시키는 복지 포퓰리즘과 서민을 위한 복지가 혼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때 밝혔던 재정 위기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재정이 고갈되면 복지도 지속할 수 없다. 잘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며 "오늘 편하고자 만든 정책이 내일 우리 젊은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복지예산만 늘리면 망한다=이 대통령의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경고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복지예산에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까지 더해지는 것을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복지 대상자는 기초생활보장사업과 기초의료보장 등 중복인력을 제외하고도 993만9,00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6년의 394만7,000명에 비해 무려 151.8% 증가했고 중앙과 지방정부의 복지 재정은 이 기간 71조원에서 108조원 규모로 커졌다. 경직성 예산인 복지예산이 고령화에 따라 늘고 있지만 세입은 장기적으로 저출산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나라살림은 적자구조가 불 보듯 뻔하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성격의 복지가 공약으로 쏟아지고 실제 현실화될 경우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오늘 편하자고 만든 정책이 내일 우리 젊은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복지와 삶의 질 예산은 늘린다=공생발전이라는 화두 속에 이 대통령은 균형재정을 맞추지만 맞춤형 복지와 삶의 질과 관련된 예산은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시장경제에서 탈락한 사람을 보듬어 다시 시장경제로 편입시키는 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고교 취업의 문을 넓히고 마이스터고ㆍ특성화고에 대한 학비지원을 강화해 '선취업 후진학'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 또 비정규직 차별 문제의 합리적 해소를 위해 조만간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한다. 아울러 내수활성화로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물가안정에 힘을 쓰는 가운데 주거안정을 위해 소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 재해에 대비 기준도 대폭 강화하고 내년 예산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의 복지 포퓰리즘 경계에 대해 한나라당 주요 정치인들은 공감을 표시하며 예산투입 복지의 허점을 경계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37주기 고(故)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돈으로 도와주는 것을 넘어 그 분들이 꿈을 이루고 행복해질 수 있게 국가가 개인 상황에 맞춰 세심하게 지원하는 것이 이 시대가 해야 할 복지"라고 강조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끌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장에서 복지 정책을 펴본 사람들은 보편적 복지를 얘기하기 쉽지 않다. 일종의 이상"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저소득층 위주로 챙겨야 할 복지 수혜 대상이 엄청 많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복지에 대한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고 부자감세도 철회하지 않으면서 제안한 공생발전과 재정건전성 주장은 화려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승자독식을 가속화하는 친재벌정책을 거두지 않으면서 공생발전과 동반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