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3일] 인과응보 미국경제

리처드 밀하우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71년 금태환 폐지를 선언했다. 1944년부터 이어진 브레턴우즈 통화체제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브레턴우즈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세계 경제 부흥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설립하면서 닻을 올렸다. 또 기존의 고전적인 금본위제도 대신 금(金) 1온스당 35달러로 달러 가치를 금에 고정시켰다. 미국에 공산품을 수출하는 신흥국가들과 원유를 수출하는 중동국가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미국 국채(TB)와 달러를 미국 연방정부에 제출하고 금을 받았다. 미국은 일정 수준의 금을 보유하며 최대한 예산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애썼다. 즉 미국의 예산적자와 재정적자가 확대되지 않도록 나름대로의 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1971년 달러본위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미국은 예산적자ㆍ무역적자가 발생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부채상환을 요구하면 미국은 달러지폐를 찍어 빚을 갚으면 됐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달러는 ‘가치 불변의 통화’로 여겨졌다. 미국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국채를 찍어내면 다른 국가들은 미국 국채를 받았다. 매년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손쉽게 달러지폐만 찍어내면 수입대금을 갚을 수 있기 때문에 예산적자나 무역적자가 불어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007년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2008년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달러유동성 팽창과 월가 금융회사들의 신용 팽창이 빚어낸 부산물이다. 무리한 통화 팽창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폐단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 공급을 늘리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통화 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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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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