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파업 소탐대실의 덫] <하> 노사 힘모아야 '초일류'

이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머리 맞대자<br>최대 단일 사업장…투쟁 행보 전산업에 영향<br>"내몫찾기 몰두땐 모두 공멸" 위기감 가져야<br>"세상 달라졌는데 노조는 그대로" 여론도 싸늘



‘현대차 경영달력에는 11개월 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가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반복하다 보니 회사측에선 연초 경영계획을 짤 때 골머리를 앓는다. 매년 노조 파업을 기정사실화해 생산량 자체를 미리 조절해 나갈 수 밖에 없어 파업기간을 아예 제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대차 기획총괄본부의 한 관계자는 “연말, 연초에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그 해 노조파업 수위를 미리 예측하고, 이를 생산목표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라며 “노조 파업은 경영의 최대 변수중의 하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언제부터인가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으로 인식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을 끌어 왔다. 올해 산별노조 전환이 최대 이슈로 등장했던 것처럼 매년 현대차의 협상 테이블에는 임금ㆍ복지 외에 각종 노동 관련 법이나 제도 등 정치적 쟁점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들 두고 “해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목할 때 빼 놓지 않는 부분이 바로 투쟁일변도의 노조 행태”라며 “현대차 노조가 투쟁과 파업으로 점철된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초일류 기업’의 꿈이 요원한 것은 물론 국가적인 대외 신인도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노조는 그대로=“뼈를 깎은 심정으로 노조 혁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 지난해 6월, 현대ㆍ기아차 노조가 이른바 ‘취업장사’ 사태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을 당시, 노조측은 거듭 자성의 뜻을 표하면서 이처럼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또다시 임단협 결렬을 이유로 파업에 들어갔고, 올해에도 역시 파업이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 노동계는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귀족노조들의 취업장사와 노동단체의 노조기금 유용, 각종 시설물 건립 관련 비리 등으로 최대위기를 맞았다. 여론의 눈도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상태다. 국민들의 눈에 비친 현대차 노조의 행태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며 절규하던 과거 노동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 노조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허탈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회는 이미 변했는데 노조는 여전히 ‘특권의식’과 ‘막가파식 강경투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경기침체 속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국민들은 현대차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혜 모아야 살아남는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력 강화, 노사 상호 신뢰와 책임 확보를 통한 기업발전 노력’ 지난 90년대 초 일본 경제가 버블붕괴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 일본 도요타 노사가 함께 손 잡고 선언했던 ‘21세기를 향한 노사결의’의 주요 내용들이다. 도요차는 이 때 노조의 전폭적인 협조를 등에 업고 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현대차 노사가 앞으로 나가야 할 해법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경제전쟁의 시대에서 노조가 내 몫 찾기에만 몰두하다간 노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현대차가 처한 현실은 노조가 자신들의 임금과 고용문제 등에만 집착해도 될 정도로 그리 한가하지 않다. 김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쟁사들은 노조가 먼저 판촉에 앞장서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인적자원 개발에 나서라고 사측에 촉구하고 있을 정도“라며 “현대차 노조가 과격하고 투쟁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생산성이 뒷걸음질 치면서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황 경총 정책본부장도 “현대차 노조는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투쟁의 행보 자체가 국내 모든 산업에 막중한 영향을 미친다”며 “위기에 처한 회사 상황과, 경쟁업체의 움직임, 자동차 산업 전체를 바라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벌이는 파업은 결국 근로자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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