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텁텁한 한지그림에 알싸한 한약냄새가…

해외서 더 인기높은 함섭, 2년만에 국내 개인전


'잘 팔리는 작품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한지화가' 함섭(66)은 국내 작가 최초로 '아트페어 솔드아웃(매진)'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인물이다. 1998년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모두 팔린 뒤 연이은 아트페어 출품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작가가 됐다. 지난해 아르코아트페어에서는 스페인 카를로스 국왕부부가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자 최고의 예술"이라고 극찬하며 그림을 구입했다. 그의 작품이 '잘 나가는' 이유는 ▦물질성▦독창성▦한국전통성의 삼박자로 요약된다.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인 작가는 정체성 찾기에 고심하던 중 조선시대 지공예 방법에 착안, 텁텁한 한지의 재질감이 살아있는 그만의 작품세계를 형성했다. 함씨는 "아크릴을 사용한 서양의 유화가 있듯 우리의 '한지화(韓紙畵)' 장르를 구축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한다. 한지를 꼬거나 덧붙이고, 화판을 향해 집어던지기도 하며 자유로운 물성을 표현한다. 형식미학은 서양의 윌렘 드쿠닝이나 잭슨폴록의 추상표현주의를 능가한다고 평가된다. 한지를 재료로 삼는 작가들이 없지 않으나 함섭의 작품에는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기법이 있다. 바탕이다. 한지 삼합에 닥나무 껍질이 씨줄 날줄의 교차와도 같은 직조를 이루면서 거칠지만 깊은 '함섭식 바탕'을 만들어 낸다. 여기다 한약재 천궁과 용뇌를 섞은 풀을 사용해 작품에서도 알싸한 한약냄새가 풍기는 것도 그만의 비법으로, 향을 맡으면 머리까지 맑아진다. 수백만번 종이를 두들겨 패는 공과 2년의 숙성시간을 거치는 기다림을 넘어 '종이가 더 이상 종이가 아닐 때' 작품이 완성된다. 한국적 전통성이 배인 작품이라 특히 해외 컬렉터들에게 인기다.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 유럽에서 250점 이상, 미국에서 200점이 넘게 팔려 작가는 '외화벌이'(?)에 기여했다. 이 같은 인가로 1998년에 100호 기준 1,000달러 대였던 작품이 2006년에 2만 달러까지 20배 가량 상승한 반면 지난해 '묻지마 미술투자' 열풍 때는 오히려 해외 전시에 집중, 작품가에 거품이 끼지 않았다. 2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개인전에서는 100호를 2,50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인생사 백일몽 같다는 의미의 '데이 드림(Day Dream)'을 주제로 근작 60여점을 공평동 공평아트스페이스에서 21일까지 선보인다. (02)3210-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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