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15일] 불안감만 가중시킨 홈에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 지역으로 확산되자 긴급히 생닭 판매를 중단했던 홈에버가 판매중단 4일 만에 슬그머니 판매를 재개했다. 판매중단 당시에는 기자들에게 친절하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며 홈에버의 식품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조하더니 판매재개 시점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물론 매장에도 생닭 판매를 재개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안내문조차 내걸지 않았다. 이에 대한 홈에버 측의 설명은 간단하다. 내부규정에 AI가 서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생닭 판매를 중단한다는 조항이 있어 중단했고 닭고기 가공업체의 위생 상태를 점검한 후 자체적으로 안전이 확인돼 판매를 재개했을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홈에버의 생닭 판매재개의 속사정은 다른 데 있다. 홈에버의 자체적인 안전점검도 있었겠지만 이보다는 생닭 판매중단 이후 양계업계의 강한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홈에버의 생닭 판매중단 이후 양계업계는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는 사실상 유통이 불가능한데도 대형마트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생닭 판매를 중단해 소비자의 불안만 가중시켰고 결국 양계업계를 고사시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광우병 파동이 한창인 상황에서 AI의 서울 상륙으로 소비자들은 쇠고기나 닭고기를 아예 먹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아직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지도 않았고 AI 감염 닭고기도 유통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은 크다. 매출이 70% 이상 줄었다는 양계업계는 “이러다 다 망할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발생하지 않은 사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다. 익혀 먹으면 안전한 닭고기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양계업 전체를 파산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대형마트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판매중단 결정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체 식품안전 기준도 중요하지만 대형마트가 결정한 내용이 미칠 파장도 고려했어야 옳다. 불안감만 가중시켰다가 슬며시 판매를 재개한 홈에버의 성급한 결정은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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