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차 사태 파장확산 "대기업 노조 영향받나"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국내 대기업 노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대표적인 사업장인 기아차 노조가 채용과 관련된 금품수수 혐의로 흠집을 입게 됨에 따라 일부 대기업 노조의 `도덕적 해이' 여부가 집중적으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일부 대기업 사업장에서 인사, 징계 등 회사의 전통적인 `고유권한' 부문이 크게 잠식되고 있는 문제도 재론될 조짐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에 대해 주시하면서 국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부 드러낸' 대기업 노조 =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착수했지만 일부 대기업 사업장의 채용과정에서의 노조 연루설은 그동안 은밀하게유포돼 왔다. 경제단체가 확보한 실태조사 내용에 따르면 금융부문에서는 노조간부가 전직.이동과 관련, 실권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으며, L사의 경우 지난해 노조 집행부중 일부가 신규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해고돼 지역 노동위원회에회부되기도 했다는 것. 채용 비리가 아니더라도 노조의 금품수수 비리는 심심치 않게 불거져 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아차 노조의 경우 전임 집행부 시절에도 노조 간부가 후생복지 사안과 관련,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됐었고 지난 2002년께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가 창립기념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납품비리 사실이 드러나 집행부가 전원사퇴하는 사태로 번졌었다. 앞서 지난 2003년 임단협에서 큰 폭의 임금 인상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현대차 노조의 경우도 일부 노조 간부가 회사측으로부터 고급 승용차를 지급받는 관행과 관련해 곱지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장기 노사분규를 겪었던 LG칼텍스정유도 평균 연봉이 6천900여만원에 달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파업과정에서 불참한 동료의 집에 `배신자'라는 벽보를 붙이고 이라크에서의 민간인 살해장면을 패러디한 퍼포먼스를벌여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노조 경영참여 요구 `위험수위' = 일부 노조가 도덕적 책임 및 의무 등을 뒤로 한 채 사측에 대한 요구만 일방적으로 쏟아낸 점도 대기업 노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만 하더라도 지난해 초 회사가 노조 대의원에 대해 해고를 통보했다가 노조측의 부분파업 이후 이를 철회하는 등 혼선을 겪은 바 있고 이어 기아차 노사는 작년 임단협에서 사실조사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대기업 노조들이 최근 몇년 사이 경영참여 요구 수위를 점점 높이면서 인사, 징계 등 회사의 고유 경영권한 영역이 위협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노조가 지명하는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및 노사 동수 징계위원회 구성은해마다 상당수 대기업 사업장 임단협에서 노조가 요구사항으로 빼놓지 않는 단골 메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 제조업종의 경우 노조의 합의를 얻어야만 배치전환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현대차 노사도 지난 2003년 임단협에서 △이사회 개최시 회사가 이를 조합에 사전 통보하고 △국내공장의 생산물량을 2003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에 따른 제반 시설과 연구시설을 유지, 보장 하는 한편 △수요부족과 판매부진을 이유로 국내 생산공장을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의결 없이 축소 및 폐쇄할 수 없다는데 합의했다. 사측은 신기계.신기술 도입, 신차종 개발 및 차종 투입, 사업의 확장, 합병, 공장 이전, 일부 사업부의 분리, 양도시 조합에 90일전에 통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일단락된 쌍용차나 대우종합기계 매각 과정에서도 노조의 경영참여 부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었으며 앞서 완성차 4개사 노조의 사회공헌 조성 기금 요구도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대기업 노조에 `불똥' 튈까 = 이번 사태에 대해 대부분의 대기업 노조들은 "우리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수사방향 등 향후 추이에 촉각을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24일부터 시작된 노조 대의원 대회에서 노조 윤리 강령을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노동운동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노사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자기 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측에만 목소리를 높여 나가는 방식을 고수할 경우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조의 투쟁이 해당 사업장별 쟁점을 뛰어넘어 정치적으로 비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도 대기업 노조가 기업과 정치권,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하기 위해서는 스스?자정능력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조와 LG칼텍스정유 노조가 9월과 10월 각각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에서 탈퇴한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노-노간 갈등을 해소, 노동계가 한목소리를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이와 함께 기업들도 `끌려가기'식 내지는 `퍼주기식' 임단협 관행에서 벗어나법과 원칙대로 처신하되 노조를 적이 아닌 동반자로 간주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노조가 경제상황을 고려, 임금동결을 결의했으나 경영진이긴급 경영위원회를 열어 임금 인상 및 격려금 지급을 결정했던 팬택의 사례는 노사상생에 대한 교훈을 준다"며 "이는 노.사.정 모두의 노력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김인철 송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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