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더 큰 것이 잡힌다

제6보(66∼86)



백66은 선수로 둘 수 있는 자리였다. 강동윤은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믿고 이 수를 두었는데 그 타이밍이 나빴다. A에 먼저 두고 기회를 보아 백66을 두었어야 했다. 이세돌이 흑67로 무식하게 추궁하자 졸지에 백이 궁지에 몰리고 말았으니…. 참고도1의 백1로 연결하면 흑2 이하 8로 백이 전멸이다. 강동윤은 5분쯤 고민하더니 백68로 철썩 갖다붙였다. "뭐지? 묘수인가?"(윤현석)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아요."(백홍석) 검토실의 학구파 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갖가지 가상도를 만들어 보더니 모두들 새삼스럽게 감탄을 했다. "강동윤의 수읽기가 정말 깊구먼."(윤현석) 백홍석이 타이젬에 참고도2를 올렸다. 우변의 백이 멋지게 사는 그림이었다. 이번에는 이세돌이 장고에 들어갔다. 장고 8분만에 그가 둔 수는 검토실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그 코스는 우변의 백이 크게 사는데…."(윤현석) "우변의 백은 살려준다는 얘기겠지요. 그 대신 외곽이 철벽이 되면 하변쪽 백대마가 위험해진다고 본 거지요."(백홍석) 강동윤도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았다. 흑85로 뚫었을 때 강동윤은 한참 망설이더니 백86으로 손을 돌려 버렸다. 이 수로 B에 두면 우변은 크게 산다. 그러나 흑C가 놓이면 중원의 백대마가 못 산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기껏 묘수를 짜내고도 강동윤은 우변 백대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기막힌 아이러니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