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손 닿는 집안 곳곳에 책 나둬라

■독서의 계절… 책과 친한 아이 만들려면<br>독서 공간 가구 수 최대한 줄이고<br>조명은 빛 약한 백열전구가 좋아<br>책 내용 연상 활동·토론 생활화를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서울 마포구의 주부 한모씨는 최근 아이 방의 책상과 책장 위치를 바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에 집착하던 아이가 가구 위치를 바꾸자 책 읽기에 흥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산만하게 배치돼 있던 책상과 책장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부엌과 화장실 등 아이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책을 두었더니 학습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중학교 1학년 자녀의 산만한 성격 때문에 걱정이던 서울 광진구의 주부 김모씨는 일주일에 한 번 가족 독서토론회를 연 다음부터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 아이가 그주에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가족에게 발표하게 했더니 성격이 많이 밝아진데다 차분해졌다. 또 발표 후 아이와 함께 책 내용을 두고 가족이 짧게 의견을 나눴더니 집안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할 수 있을까를 놓고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다. 특히 대학입시 등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만큼 '올바른 책 읽기'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중요 관심사다. 양윤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은 "책상ㆍ책장 배치에 조금만 신경 쓰면 책과 친해지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물리적 환경이 갖춰진 후 가족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독서 활동을 생활화하면 아이가 올바른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상 창 등지고 조명은 백열전구로=전문가들은 책과 친해지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아이가 책을 읽을 때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책상 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부분 책상을 벽 쪽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돼 자칫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책상은 창을 등지고 입구 쪽을 향해 배치하는 것이 좋다.

공부방을 만들 때 책을 진열하는 가구는 되도록 크기에 맞춰 가지런히 배치할 필요가 있다. 가구가 들쑥날쑥하면 산만한 느낌을 주기 쉬워 독서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 또 독서 공간의 가구 수는 최대한 줄여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만약 가구를 줄일 수 없다면 밝은 톤의 나무 제품 책상을 사용해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가구 무늬와 색상을 통일해 단정한 느낌을 갖게 해야 한다.

조명은 백열전구가 좋다. 조명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할 경우 눈이 피곤해질 수 있으므로 빛이 강한 형광등보다 상대적으로 빛이 약한 백열전구가 독서하기에 편하다. 여기에 책상 스탠드를 함께 사용하면 눈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다. 스탠드 위치는 책의 정면보다 측면을 비추게 해 눈의 자극을 최소화하고 책과 스탠드 사이는 35~40㎝ 떨어뜨린다.


벽지는 따뜻한 녹색이나 베이지 톤으로 안정감을 줘야 한다. 무난하고 심플한 한 가지 톤이나 무늬의 벽지를 선택하되 포인트 벽지나 빨강ㆍ파란색 등의 벽지는 피해야 한다. 자칫 아이가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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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손 닿는 모든 곳에 책이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방뿐 아니라 거실ㆍ부엌ㆍ식탁ㆍ화장실 등에 간이 책장을 설치해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식사를 하다 반찬 중 낯선 채소에 대한 정보를 식탁 옆 책꽂이의 식물도감이나 요리책에서 얻는 것이 좋은 예다.

책장을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면 비닐이나 천으로 된 수납걸이를 벽에 걸어 두고 한 주 동안 읽을 책을 미리 계획해 정리하면 유익하다. 수납걸이에 가장 재미 있게 읽었던 책을 순위를 정해 걸어두거나 책장 위치에 따라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 소재의 책들을 배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책장 속 책 배치도 중요하다.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아이 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이지만 처분하기 아까운 책들은 위쪽에 놓고 중간 위쪽은 가끔 읽는 책이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들로 채운다. 다만 시선은 아이의 눈에서 20도 위에 위치시킨다. 아이 시선의 중간 아래 쪽은 가장 눈에 띄고 손이 가기 쉬운 곳인 만큼 아이가 평소 흥미를 갖고 있는 책들로 구성한다. 교과와 관련된 문학작품이나 학습능률을 높이고 책에 대한 감상 태도를 개선하는 책이면 적당하다. 칸 가장 자리에는 학습지 등 정기간행물을 배열한다. 철이 지난 잡지나 학습지 등이 쌓이지 않도록 일정 기간을 정해 틈틈이 정리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아래 칸은 여러 번 읽어 활용도가 낮은 책이나 부모 참고도서 등으로 구성한다. 독후 활동이나 독후 일기 등으로 연계할 수 있는 노트ㆍ필기구ㆍ스케치북 등을 이 곳에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상활동과 토론시간 가져야=물리적 환경이 갖춰지면 가족이 함께 책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서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독서 전후로 자녀와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활동은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 가장 필요한 독해력을 향상시킨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자녀가 책 제목ㆍ표지ㆍ목차를 보고 내용을 연상하게 한다. 독서 전에 배경지식을 공유하고 책 내용을 연상해보는 활동 등이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굉장한 도움을 준다.

또 책 내용을 자녀의 경험이나 상황과 적절히 연결시켜 생각하게 하자. 일상적 대화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하되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토론 주제는 나의 경험이나 음식이야기, 만화영화 등 아이가 호감을 갖고 있는 주제가 적합하다. 이때 아이의 사소한 이야기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이런 활동에 익숙해진 후에는 동네 또래 친구나 자주 접촉하는 주변사람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효과는 배가 된다.

아울러 가족 앞에서 큰소리로 책을 읽게 해보자. 이 같은 방법은 가족이 책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도 아이가 두렵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하게 한다. 물론 자녀가 책을 소리 내 읽을 때에는 무조건 읽히기보다 엄마가 미리 쉬어 읽어야 하는 부분을 표시해 자녀가 올바른 호흡법을 익히고 편안하게 말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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