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경련 '상생 압박' 비판 왜?

"대기업 때리기 안된다" 내부 불만 표출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9일 작심한 듯 납품대금 연동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지난 1개월여 동안 정부가 밀어붙인 상생 협력이 내부적으로 재계의 심각한 반발을 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정 부회장은 오후6시 반쯤 롯데호텔 37층 임시 기자실로 올라와 회장단회의 내용을 설명한 뒤 “정부의 상생 협력에 대한 재계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성을 높여 “납품단가 연동제가 말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정 부회장은 “대기업이 이익이 났다, 삼성전자가 5조원 이익이 났다고 하는데 반도체와 LCD에서 나온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국내에) 협력회사가 없다”며 이익을 많이 낸 대기업에 집중된 상생 협력 압박을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웨이퍼는 일본에서 사오고 LCD 유리는 해외의 몇 개 회사에서 사오는데 삼성도 경쟁이 심하다”며 “(대기업에 납품단가 연동제를 강요하면) 방법은 아예 사업을 드롭하든지 가격이 맞는 데로 (기업을) 옮기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대기업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는데 왜 중소기업을 돕지 않느냐”고 몰아붙인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앞선 기술력 등으로 세계시장에서 이익을 거둔 성과를 마치 중소기업의 이익을 빼앗은 것처럼 매도하면 안 된다는 재계 저류의 강한 불만이 분출된 것이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중소기업계에서 (대기업 제품 가격이) 19% 올랐는데 납품가는 1.9%밖에 올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실상은 (이렇게 말하는 기업의) 70%가 50인 이하 소기업으로 중소기업들끼리의 다툼”이라고 주장했다. 산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어음거래 등이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와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들인 1차ㆍ2차ㆍ3차 협력업체 간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얘기다. 또 정 부회장이 정부가 쓰고 있는 ‘상생 협력’이라는 표현을 “어감이 안 좋다”고 비판한 것 역시 정부의 상생 협력 압박 기조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잘 보여준다. 상생 협력을 거꾸로 해석하면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고 있으므로 살리라는 의미로 들린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이를 회장단의 뜻이라고 강조, 결국 재계가 정부의 상생 협력이 ‘대기업 때리기’로 가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경련 회장단의 속내는 공식 발표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전경련은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이 전년보다 33.3%나 증가하고 연초 계획보다도 10% 이상 늘어난 총 96조2,000억원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또 올해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계획은 지난해보다 31.2% 증가한 약 9만7,000명으로 취합됐다고 했다. 쉽게 말해 재계가 그동안 이렇게 한껏 노력했으니 13일 대통령과의 회동을 계기로 그만 압박을 중단하라는 행간이 읽힌다. 그러나 정부가 ‘공정사회’를 앞세워 대기업에 대한 상생 협력 압박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이번 정 부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정부와 재계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빚지 않을지, 정부가 대기업 사정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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