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위험에서 보호해야 하는 대상은 인명, 재산, 사업의 지속성, 그리고 환경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이들 네 개의 보호 대상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인명이다. 우리는 그동안 화재에 따른 많은 인명피해를 경험했다. 고층건물, 유치원 어린이 캠프, 지하철, 냉동창고, 교정시설, 그리고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했던 화재는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는 무엇일까. 건축물에서의 화재안전 요소를 생각해보면 크게 피난 및 방 · 내화 등 건축설계와 소방시설설계, 그리고 건물주 혹은 사업주의 화재위험에 대한 인식 및 대응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피난 및 방 · 내화 설계와 소방설계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하는 법규는 건축법과 소방법으로 이원화돼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비해 우리나라의 피난 및 방 · 내화 기준은 아직 미흡하다.
스프링클러시스템과 같은 소방시스템의 기술 기준도 국제적 수준의 기준에 비하면 아직 많은 보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각각의 기준을 보완하고 이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화재안전(소방)기술자가 건축물의 화재안전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피난, 방 · 내화 및 소방시설의 설계를 검토한다.
건물주나 사업주의 화재위험관리에 대한 책임 또한 중요하다. 화재안전 설계가 완벽하게 적용돼 건설됐더라도 건물주나 사업주의 무관심으로 이러한 시설이 불능화되고 이용자들이 화재위험에 노출된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0월부터 70여개의 화재안전 관련 법 조항을 과감히 개정, 시행하고 있다. 소방법규는 단순화하는 대신 건물주 및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이들은 화재위험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고, 비상대응계획을 작성하며, 화재안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만일 사고 후 조사에서 이러한 책임이 회피된 점이 발견되면 건물주와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을 물게 된다.
무조건 해외 사례를 따라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거버넌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화재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